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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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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2  21: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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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충식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노동이사

한 인간의 삶과 죽음 앞에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전태일, 그의 평전을 읽으며 또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치밀어 오르는 뭔가가 있어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커피 한 잔 30원, 설렁탕 한 그릇 60원, 평화시장 기업주의 점심 한 끼 값은 200원, 노동자는 하루 임금으로 50원을 받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15시간씩 일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 시절 평화시장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소망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 받으며 내일을 기약하며 사는 것이 아니었을까.

평화시장 어린 여공들은 자신들의 아주 작은 희망을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 한 곳에서도 일 했을 순진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고생하면서도 전기 스위치만 넣으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재봉틀처럼 아무 말 없이 일만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재봉틀과 같은 기계는 사람과 달리 시키는 대로 쉼 없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기계도 너무 힘들면 삐걱삐걱 평소와 다른 소리를 내고 힘에 겨워 뜨거운 열을 뿜어내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멈춰 버린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너무도 힘에 겨워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우니 좀 알아 달라는 것이고 쉬고 싶다는 아우성이다.

전태일은 노동자들이 너무 힘에 겨워 죽을 지경이니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조건을 지켜달라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런데 기업주는 물론이고 노동법을 집행하고 근로감독을 행사해야 할 정부마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기업과 정부가 우리 같은 노동자들을 그저 경제개발의 도구쯤으로 취급하며 절박한 목소리에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전태일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불의에 대한 항거로 읽힌다.

전태일과 그의 동료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평화시장 어린 여공들이 느꼈을 박탈감과 절망감이 떠올라 눈물과 함께 참기 어려운 분노가 일었다.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한 끼 점심 값으로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포만감으로 즐거워했다.

‘바르게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유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까. 지식과 정보를 그저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기에 처한 이웃과 공동체를 구원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바르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애틋한 인간애를 전제로 하지 않는 앎이란 게 도대체 우리들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전태일 열사, 그는 진정 바르게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몰랐다며 스스로를 ‘바보’라고 했다. 그는 바보회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자신의 전부를 바쳐 많은 사람들을 일깨우고 알지 못하여 보지 못하고 침묵하는 이들에게 빛이 되었다. 그가 자신의 전부를 바쳐 뿌린 씨는 오랜 시간 자라고 자라 오늘 우리가 그 열매를 누리고 있다.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도 한 해에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다치고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이 고도화되고 풍요로운 세상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 하는 노동자도 한 둘이 아니다. 나는 그의 평전을 읽고 관련 영상을 보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전태일의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의 삶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게 되면서 ‘더 이상은 이런 비참한 현실에 침묵하지 말자’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전태일의 아름다운 삶과 정신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더 이상 그가 그의 평전 속에 누워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이가 되고 그이가 우리 곁에 오래된 친구로 살아 있게 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바르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박충식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노동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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