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을 통해 동남권신공항으로 삼겠다는 정부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계획(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6년 공항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사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8년 12월에 마련된 ‘김해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안)’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총리실 검증결과 발표에서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으나 ADPi 조사에서 김해공항확장, 밀양에 이어 3등으로 최하위 점수를 받았던 가덕도신공항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도신공항과 관련해서는 울산시의 입장이 아직 모호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가덕도신공항에 확실한 지지의사를 나타낸 반면 송철호 울산시장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부산·경남도 단체장과 호흡을 같이하면서도 거리상 불편이 예상되는 울산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울산 시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을 해왔다. 이날 총리실 발표 이후에도 울산시는 “신공항이 울산 시민 이익에 부합하고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입장과 시민여론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입장인 송시장이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남권신공항은 국토균형발전발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뿐 아니라 영남지역 시민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선호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접근성이다. 애초에 울산시민들은 거리상 가까운 밀양을 지지해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남도 역시 김도지사는 가덕도를 지지했지만 지역주민들의 입장이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리적으로 밀양에 가까운 지역이 적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구·경북지역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선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판단이라며 벌써부터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해묵은 ‘영남권의 화약고’가 재연될 조짐이다.

울산시도 김해신공항이냐, 가덕도냐, 밀양이냐라는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울산 시민이 신공항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광역급행철도(GTX), 동해남부선을 활용한 새로운 교통수단, 도심공항터미널 등 교통 대책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 공항입지선정에서 울산시민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해야만 이같은 교통문제 해결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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