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현 <울산예술> 편집장

울산연극인들의 무대가 막이 올랐다. ‘처용연극페스티벌’이다. 우리는 부산과 대구를 같은 경상도 방언을 사용하는 이웃한 도시 정도로 알고 있지만 부산은 26개의 극단이, 대구는 20여개의 극단을 가지고 있는 예술도시이다. 울산은 여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9개의 극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해마다 극단의 명예를 걸고 처용연극페스티벌에서 연기의 향연을 벌인다.

부산은 인구가 341만이며 연극, 연기관련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만 5개다. 이중 동서대는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개설하고 여기서 영화 뮤지컬 연기과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구는 부산보다 적지만 인구가 243만으로 대경대학교에서는 연극영화와 K연극영화뮤지컬과라는 특화된 전공으로 대구 예술계를 이어갈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울산대와 UNIST에는 이런 유사한 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 이유는 투자에 대한 산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문이 도깨비방망이처럼 금방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한계적 상황에서 울산연극의 활로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필자는 울산연극협회에 가칭 ‘울산연극아카데미’를 개설해 미래 울산 연극계를 짊어지고 갈 배우를 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 도시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공항, 항만, 철도 등은 직접적으로 시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예술은 당장 밥과 술이 되지는 않지만 도시의 품격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밀양의 경우 인구는 울산의 한 자치구 인구도 안 되지만 밀양연극촌으로 인해 해마다 전국의 연극인들이 즐겨 찾는 연극의 명소로 부각되었다. 이윤택 성 추문 사건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지만 대경대학이 밀양연극촌과 MOU를 체결하고 재활을 모색하고 있다. 거창도 거창국제연극제를 개최해 거창 수승대는 연극인들의 여름 피서지이자, 성지로 여겨진다. 이들 도시의 사활을 건 예술 투자는 울산이 벤치마킹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는 시대는 저물었다. 학교의 옆자리에 앉은 학생들끼리도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게임을 통해 우정을 다지는 시대다. 거기다 성인들의 한해 독서량이 10권을 넘지 못한다. 울산시민의 차량 뒷좌석에는 책이 실린 차량보다 골프채가 실린 차량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당연히 골프, 승마, 요트와 같은 고급레포츠가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울산시의 정책적인 선택에 따라 울산 예술계의 진로가 바뀌게 된다. 책을 읽으러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공간은 어느 정도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 않은 학생과 시민에게도 대안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배우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배울 곳은 많다.

그렇지만 연극을 배울 곳은 울산에서 그렇게 많지가 않다. 있다고 해도 연극을 전공할 입시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의 극단들은 자신들의 단원을 모집해 연극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트레이닝을 시켜야 한다. 그 세월이 3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야 대사를 치고, 무대에 올라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작고하신 고 김태근 선생이 1947년 울산극우회를 조직해 연극을 통한 사회 계몽운동을 모색하려 했던 시도들이 오늘날 울산연극의 근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참에 울산예술계의 중흥과 연극계 활성화를 위해 연극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라 생각한다.

우리가 울산시민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배경에는 배부른 자의 논리보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는 자들의 등을 두드려 주는 정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종종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아온 까닭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성현 <울산예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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