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정동일 교수 연구팀

미국 버지니아텍 공동 연구

약물중독 등 사회문제 해결

중재치료 개발에 도움 기대

▲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사진) 교수
흔히 청소년 비행을 촉진하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지는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에 의해 입증됐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사진) 교수 연구팀과 미국 버지니아텍(Virginia Tech) 연구팀은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뇌 특정 영역이 또래 친구들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볼 때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 영역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청소년들이 친구의 위험 기피적 선택에 훨씬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또래 압력’은 또래 집단과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힘을 말한다. 그 동안 음주, 가출 등 청소년의 비행을 촉진하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왔다.

공동 연구팀은 도박 게임과 뇌 특정 부분의 활성 정도를 볼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unctional MRI)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도박 게임은 ‘위험 기피적 선택지’와 ‘위험 선호적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구성됐다. 위험 기피적 선택지로는 확실하게 25달러를 받을 수 있는 도박 선택지가, 위험 선호적 선택지로는 50대 50의 확률로 55달러 또는 1달러만을 받는 도박 선택지가 제시된 것이다.

공동 연구팀은 실험을 일반 청소년 그룹과 약물 사용, 음주, 흡연 이력이 있는 비행 청소년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실험 결과 일반 청소년 그룹은 다른 참가자들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보고 본인도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참가자가 위험 기피적 선택을 하는 모습에 사회적 정보의 가치를 표상하는 뇌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엽이 크게 활성화됐다. 이는 또래의 위험 기피적 선택에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 비행 청소년 그룹은 위험 선호적 선택을 많이 했으며, 다른 참가자의 위험 기피적 선택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동일 교수는 “또래 압력의 부정적 영향에 집중했던 과거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또래 압력이 청소년을 위험 행동으로부터 지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는 데 의의가 크다”며 “약물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치료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달 30일자로 공개됐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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