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도 부정도 지나치면 좋지 않아
변화서 비롯된 스트레스 인정하고
할수있는것 찾아 스스로 보호해야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월요일 밤 9시경 구글의 서비스가 한 시간 멈췄습니다. 유튜브를 못 보니 코로나19로 동영상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 비슷한 장소에서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과 교수님이 구글의 공유문서로 원격 기말고사를 보는 중에 시험이 중단되었습니다. 교수님은 다시 문제를 만들고 학생들은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되었습니다. 봄학기에 겨우 원격수업과 시험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줄 알았던 일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니 코로나19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와 어려움이 한 해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지만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면 실망하게 됩니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감염이 집중된 지역이나 단체가 나오면 화가 납니다. 여행을 갈 수 없게 되고, 결혼식을 취소하게 됩니다.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집니다. 몸이 아픈데 혹시나 병원에서 감염이 될까 무서워 편하게 진료도 받지 못합니다. 가게 임대료를 내야하는데 손님은 줄고,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집니다.

대학상담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원격수업이 되니 몸은 편해지지만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녹화된 것을 나중에 보겠다며 미뤄두다가 늘어난 과제와 함께 감당할 수 없겠다는 압박감이 커집니다. 원격시험이 되면서 공부 외에 새로운 시험 방법도 챙겨야 합니다. 아침 수영장으로 체력과 규칙성을 잡아왔는데 이것도 무너집니다. 앞으로 취업시장도 좁아진다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했는데 예민해진 가족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1967년도에 조사된 미국인들의 스트레스 연구에서 배우자의 사망, 이혼, 별거, 감옥살이, 가족의 사망과 같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이 해고나 은퇴보다 더 스트레스 지수가 높습니다. 서로 좋아서 같이 살기로 한 사람들도 같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변화로부터 스트레스를 크게 겪습니다. 여기서 급격하고 지속적인 일상의 변화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취, 입학, 졸업, 거주의 변화 등 다양한 삶의 변화가 모두 스트레스의 원인이었습니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길 손꼽아 기대했던 가정주부가 원하던 것을 얻었는데 왜 힘들다고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변화도 힘든데 상실감은 더 속이 상합니다. 사람의 뇌는 기쁨을 누리는 것 보다는 위험과 손실에 예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 조상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위험을 피해가며 살아남아서 후대를 남겼을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게 밀집 장소에 모이지 못해 느끼는 상실감이 더 크고,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얻거나,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먼 곳의 지인과 소통할 기회를 얻은 것에는 별로 감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누렸던 것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이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뉴스를 볼 때 또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더 나빠지지는 않으며, 지속적으로 더 나아지는 삶을 꿈꿉니다. 유명 대학에 합격하면, 큰돈을 벌면, 무언가를 이루면, 그 후에는 걱정 없이 계속 더 좋아지는 삶을 꿈꾸지만 그런 삶은 없습니다. 꿈속에만 존재하는 삶 같습니다. 파도가 작거나 큰 차이만 있을 뿐이죠.

8년간의 베트남전 포로 생활을 견뎌낸 스톡데일 중령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견뎌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는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대를 한 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모두 좋지 않습니다. 여러 변화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입니다.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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