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사주(四柱)는 네 개의 기둥이라는 뜻으로 태어난 연월일시를 말한다. 팔자(八字)는 여덟 개의 글자라는 뜻으로 사주를 구성하는 글자의 수가 8개라서 이르는 말이다. 결국 사주와 팔자는 같은 말이다. 요즘은 일생의 운수 혹은 사람의 운명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나는 매년 사주팔자에 대해 수업한다. 아이들은 한문 수업에서 사주팔자를 배운다고 하면 매우 흥분한다. 사주팔자에 천기누설같은 비밀이 가득해 자신의 미래와 운명을 알게 될 것 같은 기대로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는다.

첫 수업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에 대한 학습이다. 천간과 지지를 조합해서 육십갑자(六十甲子) 만드는 법을 먼저 배운다. ‘아! 비밀을 빨리 알고 싶은데 이 어려운 것은 뭐에요?’하는 눈빛이다. 그런데 ‘앗! 뭐지? 이 익숙함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유재란, 갑오경장 등 역사 시간에 들었던 용어들이 가득 있다. 이 때를 놓칠세라 지금의 달력 시스템인 서기(西紀)를 사용하기 전 동양에서는 간지로 날짜를 표기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러분의 사주도 간지로 표현할 수 있다고 그래서 배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요한다. 자신의 사주와 연결시킨 간지는 정말 잘 학습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 학습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수업은 자신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알아 와야 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자신의 음력 생일과 양력 생일, 태어난 시간을 묻느라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 학생이 많다. 만세력에 자신의 년, 월, 일시를 넣으면 사주 즉 8개의 글자가 나온다.

사주를 구성하는 글자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오행이 가지는 성향에 따라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하는 작업을 한다. 나무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온화하고, 불의 기운은 에너지가 넘치고 희생정신이 강하다. 금의 기운을 결단력이 높고 추진력이 좋다. 토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믿을만하다. 물의 기운은 머리가 좋고 공부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들이 물인지 불인지 알아보며 수다를 떠느라 바쁘다. 간혹 사주 해설에 좋은 말이라도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 너스레를 떤다.

마지막 시간은 보고서를 쓰는 시간으로 사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사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노력’이다. 자신이 타고난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성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향을 잘 받쳐줄만한 노력을 한다면 사주는 변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주가 미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동양에서 오랫동안 있어온 인문학적 통계치로 인간을 이해하는 작업이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간혹 자신이 마무리를 잘 못해서 아쉬웠는데 금(金)의 기운이 부족한 탓은 아닌지라고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의 이름에 물 수(水)가 들어가서 이상했는데 부족한 물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한문교사는 우리 문화를 전달해야 하는 소명이 있는 것 같다. 어제는 동지(冬至)였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로 팥죽을 먹는다. 팥죽의 붉은 색이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죽 전문점에서 팥죽을 일부러 사와 아이들에게 한 숟가락씩 먹게 했다.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의 한 조각인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주팔자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잊혀진 무언가가 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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