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피로도 커져…가상의 삶 꿈꿔
비대면사회 걸맞은 자족형 생활권 필요
미래도시, 다핵분산형 구조로 개편해야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1년 만에 ‘세계미래보고서 2020’을 다시 보니, 미래 예측의 어려움을 알 것 같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예측하지 못했다. 코로나는 2019년 말부터 중국에서 세계에 퍼져나갔다. 역사적으로 소독도시, 살균도시가 살아남았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수메르는 건조한 기후로 세균을 이긴 도시가 됐다. 성곽도시로 중세 흑사병 오염원을 물리쳤다. 19세기 수인성 전염병을 다루는데 우물관리(감염지도)가 유효했다. 장티푸스 콜레라 유행에 하수도를 잘 관리한 프랑스 파리가 위생도시였다.

꿈에 그리는 유토피아는 살기 어려울 때 희망을 지니기 위해 나타난다. 노래로 남은 대서양 바다 속 ‘아틀란티스’(도노반)대륙. 태평양 바다 속 뮤우 대륙. 토마스 모어의 ‘그 어디에도 없는 곳’ 유토피아. 유토피아는 서양의 기독교 도시로 유행했다. 무릉도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온 동양문화권 이상향이다. 세속을 떠난 별천지 ‘별유천지비인간’이다. 허생전의 빈 섬인 무인공도와 홍길동전의 율도국도 있다. 서방극락정토는 불교의 유토피아다. 샹그릴라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과 영화에 나온 가상의 장소다. 쿤룬산맥 서쪽 끝 외부에서 고립된 영원한 행복의 장소, 신비롭고 평화로운 계곡이 히말라야 유토피아다. 불사조처럼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샹그릴라는 소설의 인기로 지상 천국의 보통명사가 됐다. 유토피아는 세계적 팬데믹이 없는 곳일까?

위생기술 향상에 따른 인구집중, 환경파괴에 의한 농경고도화, 세계화로 병균 전파가 쉬워진 것이 세계적 전염병의 원인이다. 상수도, 보건위생, 예방접종, 항생제 등 위생기술이 인간의 욕망대로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숲을 파괴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서 기후위기를 자초한 결과 세계적 팬데믹에 이르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국민이 피곤하다. 바이러스는 변종으로 몇 년마다 다시 등장하곤 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오랜 세기동안 계속됐다. 고대에는 원인도 모르고 겪었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인간에 대한 공격은 도시문명에 집중된다. 유럽과 미국 도시에 세균 공격이 밀집도가 높을수록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모일수록 공격받는다는 것은 도시와 문명의 역설이다. 지구가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트로트 노래에 위로받는 기간이 길어졌다. 청소년들은 게임도시 속에 묻혀 살기도 한다. 일상보다 가상에서 제2의 삶(부캐릭터)에 열광한다. 가상도시에 피신하는 시대가 되고 화성에도 인간이 우주도시를 준비 중이다. 화성 우주도시는 초기 세균 없는 도시로 선전할 것 같다. 1492년 이래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기회와 종교의 땅으로 선전했듯이.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도시도 그러하다. 마을로서의 농촌이 소멸되기도 한다. 도시가 진화하고 있다. 역사도시가 다양한 형태로 남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책 <버려진 도시들-폐허도감>을 보면서 상념에 잠긴다. 기계문명 산업도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기존 도시의 자생력을 고민할 때다. 도시의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해 다핵분산형 도시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에 맞는 자족형 근린생활권 조성이 필요하다. 적게 움직이는 작은 도시가 돼야 한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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