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서양철학자들 대부분이 음악애호가이거나 음악연구가이거나 음악발명가이다. 동양의 철학자도 마찬가지다. 기원전에 살았던 공자도 이미 음악을 대단히 좋아해서 많은 연구 업적이 있다. 기원전 551년부터 기원전 479년까지 72세를 살았던 공자는 유교사상을 창시한 유학자이자, 정치가요, 사상가요, 교육자요, 작가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했던 그가 가장 좋아한 것은 음악이었다. 단순하게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음악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유교 경전인 <육경>에 음악이론책 ‘악기’를 포함시켰을 정도다.

공자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0대 중반쯤 제나라에 살고 있을 때다. 제나라에서는 본래 외국 국빈이 오면 주나라 때부터 연주하던 전통음악인 소악(韶樂)을 연주했는데 공자가 이 연주를 듣고 감동하여 음악을 배우고 연구하게 됐다. 이때 제나라에서 들은 소악을 배우기 시작하여 석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며 음악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음악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공자는 <시경>과 <서경>을 통하여 인(仁)을 배우고 인을 실천하여 예악(禮樂)을 행하라고 설파했다. 공자의 이러한 가르침은 숭유억불정책을 펴던 조선에도 전파돼 왕이 종묘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며 음악을 연주했다. 이 음악을 우리는 ‘종묘제례악’이라 하고 1964년 12월 국가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1년 5월 종묘제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공자는 인을 행하는 예는 외적인 모습만 보이지 예를 행 할 때의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감정이므로 감정에 호소하는 음악을 통해 예를 나타내도록 ‘시(詩)로 시작하고, 예(禮)로 서고, 악(樂)으로 완성해야 한다(<논어> 태백편)’고 강조했다. 일찍이 유교에서 음악을 통해 마음을 사로잡고 사람의 감정까지 장악하는 논리와 이론을 정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종묘제례악, 국립국악원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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