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경찰 수사권 독립 통해
불공정·정치적 논란 검찰개혁 일단락
성공적 제도 운영으로 개혁 완수해야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배제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 곧 처장이 임명되고 내년에는 공수처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검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맡고 검찰의 손을 떠난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종결권을 가지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고 국가수사본부까지 생기면 권한이 더욱 커진다. 기소 독점권을 가졌고 경찰을 지휘하면서 수사 주재자였던 검찰의 권한은 약화되고, 제도로서의 검찰 개혁은 일단락될 것이다.

그 동안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에 영합하는 충견 역할을 하였다거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표적수사 과잉수사 별건수사 등으로 인권침해적 행태를 보여 왔으며, 제식구 감싸기 등 편파수사로 불공정했다는 등의 이유로 비판받으면서 검찰 개혁은 당위로 받아들여져 왔다.

먼저 과거 검찰은 권력의 요구에 저항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찰 자체의 의지나 노력과 함께 정치권에서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의 권력 예속화를 요구하지 않고 검찰의 독립을 지켜주는가에 따라 양상이 달라졌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검사 개개인의 양심과 용기에만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선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그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국가 사회적 문제들이 종국에는 수사로 해결되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정치적 중립 논란은 거세졌다. 공수처 설치와 경찰 수사권 독립은 사정기관간에 상호 견제하도록 한다는 취지인데 이로써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 개혁이 달성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면서 처리되어야 할 문제들이 수사영역으로 끌려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수사의 한 축을 이루는 공수처와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숙고와 대비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검찰권 행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지 않다. 거악 척결은 검찰 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다른 국가권력과 마찬가지로 검찰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그 행사는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인권 존중을 최상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수사권은 강제력을 수반해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절제되고 겸손하게 행사돼야 한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에 의한 인격 살인, 가혹한 압수수색, 끝없는 별건 수사, 무리한 법리 적용 등은 곤란하다. 검찰과 접촉한 사람들이 검찰의 권위적 고압적 자세와 태도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를 수사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편파와 불공정 문제는 검찰 뿐 아니라 모든 권력기관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의 비난이 생기지 않도록 불편부당하게 바뀌어야 한다. 내부의 잘못이 있다면 가차없이 징계·처벌하고, 무죄 평정이나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 등도 엄정한 기준이 마련돼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도적으로 검사의 비리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의 공수처에서 다룬다는 것은 의미를 가진다. 다만 공수처가 정치 예속화되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일이다.

지난주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정직 징계의 집행을 정지한다는 법원 결정이 있었다. 법무부장관이 징계후 사퇴의사를 표시했지만 검찰 개혁에 관한 사항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총장 징계를 둘러싸고 마치 소수의 장관파 검사들과 다수의 총장파 검사들이 부딪치는 것과 같은 모양새를 보인 것은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왜 필요한지를 절감하게 했다. 제도 개혁이 중요하지만 개혁의 성공은 사람의 문제로 귀착되므로 개혁된 제도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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