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다 영화의전당을 둘 이유없어
스마트시티에 유리한 메가시티 구축
문화·행정·생활·경제공동체 이뤄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가끔 지인들과 함께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영화의전당을 찾아간다. 의외로 영화의전당을 처음 가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일반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영화를 볼 수 있는 새로움과 넓고 세련된 건축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에 크게 만족한다. 이어서 한결같이 “울산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다. 그때마다 대답은 같다. “불과 30분거리다. ‘울산 거다’ 생각하고 자주 이용하면 되지, 괜히 울산에다 똑같은 걸 지어놓고는 ‘돈 먹는 하마’니 어쩌니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영화의전당은 부산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짓고 운영하는 문화시설이다. 하지만 거리상으론 사상구 등지에 있는 부산시민들보다 무거동·언양 등지에 있는 울산시민들에게 더 가깝다. 행정구역이 부산시라는 이유만으로 울산사람들이 스스로 거리감을 만들고 부러워하지만, 적자운영이 뻔한 대규모 영화의전당을 시·도마다 지을 이유는 사실상 없다. 동남권으로 이용범위만 넓히면 적자운영도 극복할 수 있다. 다만 행정적 경계가 만든 정서적·문화적 경계를 극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바로 메가시티의 목적 중 하나인 ‘문화공동체’가 그 대안이다.

영화의전당을 예로 삼아 메가시티 구상을 더 확장해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운영체계를 개선해 동남권(영남권) 영화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의전당이 동맥이라면 울산지역 구·군문예회관이 실핏줄이 된다. 동남권 주민들이 누구나 영화의전당을 ‘우리 것’으로 인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프로그램의 홍보와 혜택 범위도 동남권으로 확대해야 한다. 낯설어 하는 다른 도시 주민들을 위한 특별 인센티브 등으로 행정적 친밀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메가시티가 지향하는 ‘행정공동체’가 된다.

부산 외 타시도 주민들의 실질적인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반시설도 보강해야 한다. 우선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 도로와 철도를 신설, 반나절 생활권이 되도록해야 한다. 당장에 교통망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우선 부산 외 동남권 타도시 주민들에게 주차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도시의 시설과 연계해서 상호 문화시설 탐방 버스를 정기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부산사람들이 가고 싶을만한 새로운 문화시설이 울산이나 동남권의 다른 도시에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예를 들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울산에 건립되면 대등하게 상호 탐방을 할 수 있다. ‘생활공동체’를 통한 상생이 가능해진다.

문화공동체, 행정공동체, 생활공동체에 이어 메가시티의 또하나 지향점이 ‘경제공동체’다. 문화·행정·생활공동체만으로도 관광산업 정도의 경제공동체는 가능하지만 더 큰 규모의 경제공동체는 각각의 도시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산업을 키우면서 서로를 지원하는 산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막무가내식 경쟁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메가시티는 요원하다. 동남권이 십수년째 메가시티를 추구하면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바로 경제적 경쟁관계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를 구현한답시고 공모제를 통해 자치단체들을 경쟁적 관계로 만든 정부 탓도 크다.

메가시티는 시대적 요구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시기를 넘어 정보산업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화를 통해 문화·생활·행정·경제 각 분야의 인프라를 제각각 구축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 높은 정보화수준과 스마트시티화에 유리한 메트로폴리탄(광역도시)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이 아니라 대구·경북을 합친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를 희망하는 울산시의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단지 지리적 중심인 울산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다. 수도권이 충청권까지 확장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영남권에 대규모 메가시티 구축이 필요하다. 그랜드 메가시티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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