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쌓인 눈 - 김준

하늘을 뛰쳐나온 골목길 하얀 눈이
낮은 세상 높이려고 수북이 쌓여있다
발아래 밟히는 허물 그마저도 묻혔다

▲ 김정수 시조시인

겨울 대지를 덮으려고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골목길을 싸락싸락 눈이 내리는 소리만 가득 채운다. 세상의 오류들도 감춘다.

낮은 땅을 수북수북 넉넉하게 쌓아 올려 너절한 허물마저 감싸 안으려 옷자락 나풀거리며 온다.

티 없이 하얀 민얼굴로 말을 하려다 두 입술 꼭 깨물고, 높은 하늘과 낮은 세상의 대비, 수북이 쌓임과 발아래 묻힘을 대립 시켜 노련한 배치가 눈 오는 겨울 계절과 어우러져 설렘은 한껏 배가시킨다. 김정수 시조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