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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불쌍해죽겠다, 이제는 행복해지자대상에 불쌍한 마음이 드는건
폄하 아닌 같은 편이 되는 것
팬데믹 세상 ‘연민·옹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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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5  2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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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감 안에 아이가 보이는데 불쌍해요.”

독선적인 남편으로 인해 수십 년간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노부인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우울증이 치유되자 짝지의 거친 모습 안에 미숙한 아이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고통을 극복하니 자비심이 생긴 것이지요.”

영감님도 달라져 이제는 병원에 오는 부인의 기사역할을 합니다.

“아내에게 폭군으로 군림하며 속 썩혔죠. 미안하고 미안하죠.”

이제라도 알콩달콩 살아보려 했는데 노부인이 대장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쇠약해져가는 아내의 손을 잡고 항암치료를 다니며 너무 불쌍하다고, 자신이 대신 이 몹쓸 병에 걸리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사연과 불쌍한 이들이 많군요. 책 <마음사전>에서 ‘슬픔은 모든 눈물의 속옷인데, 고통스런 정황에 격리되는 것’이고, ‘연민은 대상에 대해 합일한 후 대상과 자신이 같이 이 세상에서 격리되므로써 생긴다.’고 하였더군요. 연민, 동정, 불쌍한 감정은 세상의 고통에 서로 감싸 안고 같이 아파하고 가여워하는 사랑입니다. 서로를 연민하는 그 부부 둘 다 안쓰럽습니다.

요즈음 바이러스로 내 이웃이 좀비가 되어가는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이더군요.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절되어가는 공포와 생존에 몰입이 되는 팬데믹 세상을 반영하지요. 다른 의미로는 빛의 속도인 정보시대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로 쓰러져가고 사람이 사람을 피해야 하는 우리가 애처롭습니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2018 tvN 방영)가 있습니다. 여주인 지안(이지은 분)은 6살 때 할머니와 둘이 남겨져 사채 빚에 시달리며 꿈과 행복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매일 2, 3개의 알바를 하며 견디어내는 21살 여성입니다. 세상은 차가운 지옥이라고 여기며 할머니 때문에 살아갑니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의 동훈(이선균 분)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자르려는 직장에도 참고 버텨야 하는 만년부장이며 순리대로 사는 우직한 성품입니다. 지안은 돈으로 사주를 받고 동훈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그도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지옥에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 아저씨임을 알게 되지요. 그의 ‘인간다운’ 따스한 성품에 감동받으며 그가 행복해지기를 소원합니다. 동훈은 너무나 불쌍한 그 아이가 오히려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며 도와주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훈은 지안에게 이제 행복해지자고, 자신도 그러겠다고 합니다.

대상에 불쌍한 마음이 드는 것은 폄하가 아니라 세상의 차가움을 밀어내고 그 사람과 같은 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과 한이 많은 민족이라 ‘미워 죽다’가 그 사람의 속내를 알고 오해가 풀리면 ‘불쌍해 죽기’도 하지요. 같은 편이 되면 ‘옹호’라는 최고의 ‘지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매혹은 눈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호감의 양 날개를 뚝뚝 분지르며 내리막길을 간다.’고 <마음사전>에서 저자 김소연은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옹호는 대상을 부분이 아니라 통째로 껴안는다. 대상의 미흡함을 끌어안는 자세이고 다짐이다. 신뢰가 간혹 배신이라는 종착역으로 나아간다면 옹호는 어떤 식으로든 그 상실과 훼손된 마음을 용기와 의리로 정을 지키고 그 옆을 지켜낸다.’ 라고 직관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그래서 매혹의 일시적 감정보다 ‘연민과 옹호’가 지금처럼 팬데믹 세상에선 희망과 행복 찾기에 더 훌륭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살아가다 짧고 긴 인연을 맺으며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죽고 싶고 사람을 상상으로 몇 번이나 죽이기도 하지요. 세상이 나에게만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모두가 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요. 그런데 미움과 공포로 보지 못했던 그 속마음을 알게 되면 이해가 됩니다. 입장차이가 있을 뿐 사실 같은 편이거든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약소국 국민인 우리는 같은 편이고 바이러스에 살아남아야 하는 같은 인간이니까요.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살아내느라 힘든 우리의 이웃을 연민합시다. 사실은 당신도 불쌍합니다. 그러니 우리 이제는 행복해지자구요.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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