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원인
남아공 변이 백신효과도 의문
다행히 치명률은 큰차이 없이
숨은 감염·집단 발병·변이 등
향후 방역 대응 3대 변수 꼽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등에서 유행하자, 정부가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영국에서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서도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 기준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1명, 남아공발(發)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1명으로 확인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의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코로나 방역체계를 더욱 단단하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다른지,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본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 높아

우선 바이러스의 ‘변종’과 ‘변이’에 대해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변종은 말 그대로 종 자체가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신종 코로나’의 경우 사스, 메르스처럼 모두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지만 표현형이 크게 달라서 ‘신종’이 된 것이다.

반면에 변이는 종의 성질이 달라진 것이다. 영국, 남아공에서 보고된 바이러스는 변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기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비해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일까.

지난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최대 70%까지 전염성이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연구진도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재생산지수를 최소 0.4에서 최대 0.7을 더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영국의 락다운 기간 동안 변이 바이러스 확산 규모는 3배 증가한 반면 기존 바이러스에 의한 확산은 3분의 1로 감소했다.

또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에 등록된 유전체 검사 자료 4만5000여건 가운데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 1900여 건을 추적했다. 그 결과 기존 바이러스 감염자와 밀접 접촉했을 때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은 9.8%였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했을 때 감염될 확률은 15%로 더 높았다. 이번 연구의 2차 발병률 수치만 놓고 보면,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1.53배, 53%가량 높은 것이다.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에 발견된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높다는 점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은 6일 연속 신규 확진자 5만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인구는 약 6800만명, 미국의 5분의 1 수준으로 감염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 변이 원인

영국발 코로나 변이가 감염력이 높은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에서 발생한 변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가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주요 부위다.

영국발 변이는 모두 23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는데 ‘N501Y’ ‘N439K’ ‘Y453F’ 유전자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 증가에 관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N501Y는 코로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에 침투하는데 표적으로 삼는 ‘안지오텐신2(ACE2)’ 수용체 단백질과의 결합을 더 강하게 만든다. 이 N501Y는 남아공발 변이에서도 발견됐다.

남아공의 감염학자인 리처드 레셀스 교수는 지난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데이터와 영국 당국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남아공발 변이는 사람 간 감염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이전보다 조금 더 효과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남아공 변이, 백신효과 긴급 테스트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이 변이된 바이러스에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전문가들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영국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는 “남아공 변이 코로나 백신은 단백질 구조에 꽤 큰 변화가 있다. 바이러스에서 항체가 달라붙도록 하는 부분의 특성에 변이가 생긴 것”이라면서 “현재 개발된 코로나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지 큰 물음표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이 나서 긴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 전문가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연구를 진행 중인 리처드 레셀스 박사는 5일 AP통신을 통해 “이것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면서 “변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실험을 긴급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방식은 변이 바이러스를 항체를 가진 사람들의 혈액과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혈액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다. 중화적 효력검사라 불리는 테스트는 변이에 대한 백신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레셀스 박사는 덧붙였다.

◇개인방역지침 더 철저히 지켜야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모두 치명률에는 큰 영향이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이 아니더라도 결국,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높은 만큼 방역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공통으로 강조한다. 방역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전파력이 강한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건 시간문제고, 그렇게 되면 현재 방역대책은 더 강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내의 ‘숨은 감염’과 취약시설 중심의 대규모 집단발병, 변이 바이러스 3가지를 향후 방역 대응의 3대 변수로 꼽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27%대의 감염경로 불명 사례와 2%대의 양성률을 거론하면서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의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지에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으로 인한 전파력의 증가 위험을 경계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에서는 8일부터, 항만에서는 15일부터는 모든 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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