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한성 외솔초 교사

2020년 교육계 최대의 화두는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교육이었다. 초기에는 신종플루나 메르스 확산 때처럼 간단한 방역만 잘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월에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거듭했고, 원격수업이라는 형태로 돌파구를 찾았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던 즈음 다행히 울산시교육청은 학교 방역활동에 대한 지시와 감독이 아닌 지원을 해주었다.

안전도우미, 급식도우미, 보건업무지원인력 등 방역관리 인력 지원, 열화상 카메라와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장비 지원이 있었다. 또 경력 교사들도 처음 겪어보는 원격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원격수업 지원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였다. 정보통신 기자재 측면에서도 학생에게 태블릿PC 대여 지원, 교사에게 원격수업용 기자재 지원 등 피부로 와닿는 정책을 추진해주어 고마웠다. 취약계층학생을 위한 다국어 통·번역 서비스나 채움 플러스 기초학력 활동지 제공,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교육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피부로 와닿은 것은 투명한 상향식 의사결정 모델(Bottom-up)을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적용한 점이다. 통상 교사, 학부모 설문조사는 학교 교육계획 수립을 위해 1년에 한두 번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은 달랐다. 울산시교육청은 단위 학교에서 교육 주체의 의견을 취합해 등교수업 운영방안, 학사 운영 시기, 방과후학교 운영 시기 등을 결정하도록 했다. 각 학교에서 취합된 의견은 울산 전체 학교장 회의 때 다시 수렴되었고, 울산시교육청의 정책 결정에 반영되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져 정책 결정을 할 시일이 촉박한 경우 학부모 의견수렴이나 교직원의 의견수렴을 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 때문인지 울산시교육청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사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혼자 혹은 몇몇이 모여 결정한 뒤 시행하면 번거로운 과정이 없어 더 빠르게 일을 추진할 수 있어 편하다. 만약 기존의 하향식 의사결정 시스템(Top-down)을 적용했다면 교육 관료가 결정한 뒤 학생, 학부모, 교사는 관례대로 따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 학부모, 교사는 교육정책을 때때로 신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은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지표가 울산시교육청의 2년 연속 종합청렴도 우수 기관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단순한 설문조사를 넘어선 더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의 문화가 울산 교육계에 정착되었으면 한다. 학부모 역시 학교로부터 참여를 부탁받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표출해주었으면 한다. 2021년에도 교육 주체들의 소통과 참여로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고, 울산교육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였으면 한다.

윤한성 외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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