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짧은생 마감한 정인이 통해
지역사회 모두가 책임지고 키우는
아동중심의 사회 만들어지길 소망

▲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2021년 새해가 밝자마자 우리에게 지난 해 10월 아동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정인이 사건도 2014년 울주에서 발생한 서현이 사망사건과 판박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의 미흡으로 인해 아까운 생을 마감한 많은 아이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몇가지 과제를 제시해본다.

첫째, 더 이상 아동학대와 관련된 새로운 대안을 찾기보다는 지금까지 발의된 각종 법안과 정책들을 제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울주 서현이 사건 이후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대책은 계속 마련되고 있으나 그 실질적인 이행은 매우 미진하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들이 쌓이고 있지만 지난 국회에도 대부분이 통과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번 21대 국회에 제출된 아동학대 등 아동보호체계와 관련된 법들이 정리되고 최우선적으로 통과되어 아동보호체계의 기준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둘째, 아동학대와 관련된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 2020년 아동학대 관련예산은 보건복지부예산의 0.03%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예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과 관련된 예산이며, 아동학대 예방이나 치료에 관한 예산은 매우 부족하다. 실제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일하는 상담원들의 격무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낮은 편이며 그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2~3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동학대 예산구성도 보건복지부 일반예산뿐만 아니라 범죄피해자기금사업으로 지원되고 있는데, 매년 예산 증액뿐만 아니라 기금사업의 일반예산으로의 전환요구도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셋째,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보다시피 국민들이 느끼는 법감정과 법에 규정된 형량기준에 많은 간극이 있다. 아동학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심각한 아동학대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개입을 차단하고 있는 법조항을 개정해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친권제재조치 등 학대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아동학대 담당자들에 대한 인력확충과 전문성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의 문제는 아동보호전문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담당 공무원과 일선경찰서의 아동학대 담당경찰 등 여러체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인력배치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일선경찰서의 학대 담당 인력은 2~3명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업무 담당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담당인력 충원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들 3개 기관의 담당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훈련체계 도입 필요하며, 임용과정에서부터 아동학대와 아동성폭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근무 중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다섯째, 심각한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할 때 그 대상에 대한 낙인보다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의 허점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산 서현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재혼가정이, 이번 정인이 사건에는 입양가정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비율이 대부분이다. 특정 대상을 낙인화하지 말고, 가정위탁과정이 입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더 나아가 공공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코로나시대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우리 지역사회의 아동을 시민 모두가 책임지고 키우는 아동중심의 사회가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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