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현대車, 로봇개·웨어러블 로봇개발 등
차세대 미래산업 로봇사업 개척 박차
육체적 숙련도에 의지하던 노동분야
반복작업 수준의 정신·감정 노동도
로봇과 경쟁서 경쟁력 확보 힘든 만큼
실업자 증가·복지비 인상 등 대비하고
노동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코로나로 대면활동 위축돼버린 지금
본격적으로 논의 시작하기 좋은 시기

신축(辛丑)년 흰소의 해가 밝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아직 설이 지나지 않았으니 여전히 우리는 경자(庚子)년 흰쥐의 해에 살고 있다. 소는 대체로 농경시대 농업 생산력 증대의 한 축을 담당한 고마운 가축이다. 그런데 이제 ‘소’대신 ‘개’가 미래 산업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1조원 규모로 로봇개를 만드는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 중이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로봇공학의 최첨단에서 빅독(big dog)이나 리틀독(little dog)의 이름을 가진 로봇개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유튜브 등에서 찾아보면 다양한 지형지물을 스스로 걷거나 뛰는 로봇개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로봇개의 기술은 군사용이나 물자 수송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그 사용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수년 전부터 작업자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몸에 옷처럼 착용하는 형태로 인간의 근력을 높이거나 작업자들의 반복 작업에서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일부 웨어러블 로봇은 이미 시험적으로 생산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세대 미래 산업의 일환으로서 로봇사업을 개척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선 로봇 산업의 발전과 사용의 급격한 증가는 노동자의 생산부분에서 효율성을 높인다. 효율성의 의미는 한마디로 더 적은 수의 노동자가 같은 자원을 사용하고도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대체로 효율성을 높여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아마도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만을 사용하다가 도구의 사용으로 효율성을 높였을 것이며, 또한 소와 말 같은 동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효율성을 인간의 육체 노동력 이상으로 높여왔다. 이제는 산업혁명의 기계 시대를 넘어서 인공지능과 결합된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갈수록 효율성은 극단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의한 생산성의 증가는 사회 전체의 복지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장기적으로 사회 발전에 도움에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산부분에서의 혁신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동일한 비용을 들이고도 결함이 적은, 균일 혹은 그 이상의 품질을 가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의미이니 더 많은 소비자가 그 전에는 소비하지 못했던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로봇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노동부분에 관성을 보유한 분야부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주로 육체적 숙련도에 의존하던 노동 분야는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로봇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관련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증가할수록 생산부분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인간에 대한 우위는 갈수록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다양한 노동에 대한 논의 및 관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물류에 관하여 논의되는 문제점 중 하나로 택배기사의 과로와 택배기사의 지위가 거론된다. 그렇지만 미국의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택배로 물류혁명을 꿈꾸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연말 드론쇼에서 ‘소’의 형상을 잠실 상공에 수놓는 등 드론의 활용가능성을 높였다. 드론 택배, 인공지능 택시, 혹은 무인 화물차 등의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며, 지금 거론되는 휘발성 높은 논의는 그 의미와 활력을 빠르게 잃게 될 것이다. 비단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반복 작업 수준의 많은 정신 및 감정 노동의 분야 역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 자체를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이 역설적으로 다양한 복지비의 증가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로 인간의 전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크게 보아 두 가지로 이어질 것이다. 하나는 기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분야에서 실업이 증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복지비 인상 논의이다. 일반적으로 로봇,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교육비용이 추가적으로 들며, 아무래도 기존의 분야에 관성을 보유한 노동자보다는 새롭게 진입하는 젊은 세대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경제 상황에 사람들이 적응할 때까지 상당한 조정비용이 들고 이와 관련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논의 중의 하나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에게 ‘노동’은 본질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이다. 경제활동은 일반적으로 자원을 사용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때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는 적어도 원형으로서의 자원의 가치보다는 더 높은 가치를 가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용되는 자원보다 떨어지는 가치를 가지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면 처음부터 생산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인간의 노동은 빅데이터를 장착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넘은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을까이다. 빅데이터는 결국 인간의 과거활동을 데이터로 축약한 것인데, 미래에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는 적어도 과거의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가치를 넘는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다양한 육체활동이나 반복적인 부분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든다면 오히려 새로운 지식, 문화, 예술, 교육 등에 인간 본연의 모습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위축된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적기다.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활성화해서 노동에서부터 중요 의제까지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장두석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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