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인증회의 앞서
트럼프 지지 시위대 수천명
상원 의장석 점거 등 난동
총격사태로 사상자도 발생
바이든 “시위대 난동 내란
트럼프가 폭동 선동” 규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원형 홀까지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의 시위대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의회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의사당 난입 사태로 상·하원 합동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AP=연합뉴스

미국 의회에서 발생한 초유의 폭력 사태에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충격과 함께 깊은 실망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의회로 집결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시위대 일부는 의사당에 쳐들어갔다.

상원의장석을 점거하는가 하면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의 집무실에 들어가 책상을 뒤집고 벽에서 사진 액자들을 뜯어냈다. 한 시위자가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난동 과정에서 경찰과의 대치, 물리적 충돌 속에 총격사건이 발생해 결국 사상자까지 나왔다.

AFP통신은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에서 전례 없는 혼돈과 폭력이 촉발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3일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그는 대선결과를 뒤집으려는 수십차례 소송에 패소하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했다.

그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이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은 이미 내상을 입은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시위대의 이번 난동을 ‘내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폭동 선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전국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의회 점거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방 의원들도 시위대의 난동이 내란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쿠데타 시도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바이든 당선인은 의사당 폭력사태가 미국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고 애써 항변했다.

그러나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초현실적 광경은 이미 전 세계에 전파됐다.

의원들이 위험을 느껴 달아나는 장면, 최루가스 때문에 의원들이 황급히 방독면을 쓰는 장면, 경찰이 의회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군중에게 총을 빼드는 장면, 상원의장석과 하원의장실이 침탈되는 장면이 생중계돼 충격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번졌다.

특히 미국과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은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수치스러운 장면”이라고 잘라 말했다.

독일 정계의 유력인사인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는 “미국 의회는 전 세계에서 수백년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며 “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함으로써 미국의 모든 친구들을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인의 눈에 트럼프 시대는 이미 놀랍고, 때로 암울한 장면을 충분히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런 수준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극우가 민주주의를 공격한 당혹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언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오후 1시에 시작됐던 양원 합동회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으로 1시간여 만에 중단된 뒤 오후 8시에 속개됐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의회의 최종 인증이 의회 난입 사태와 공화당 일부의 반대 속에 날짜를 넘기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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