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산다 - (중)울산 떠나는 ‘청년들’

 

울산 인구 감소의 주원인 중 하나는 ‘청년 유출’이다. 청년 인구와 청년고용률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울산은 수십년 간 지켜오던 산업도시이자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수식어를 더이상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상당수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대한민국 경제수도라는 타이틀도 무색하게 한다. 울산시는 한 해 55억원을 투입해 청년취업지원에 나섰지만, 청년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청년이 없는 울산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조선업종 등 지역 주력산업 침체
청년 인구·청년 고용률 동시 감소
청년실업률 전국 최고 수준 ‘암울’
제조업체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
청년 눈높이에 맞춘 기업환경 조성
문화인프라 등 정주여건 개선 필요
지자체, 청년층 취업·창업 활성화
다양한 정책·주거지원사업도 추진

◇17개 시·도 중 울산 청년실업률 가장 높아

최근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울산지역 15~29세 인구 실업률은 전년동기(7.6%) 대비 3.5%포인트 급등한 11.1%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17개 특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울산은 중장년층의 실업률보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유독 높게 나타난다.

청년 실업률은 전년대비 3.5% 증가한 반면, 30~59세는 0.3%, 60세 이상은 1.2% 감소했다. 15~29세 인구 실업자수 역시 전년대비 2000명 증가한 반면, 30~59세는 2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지역내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와 함께 타시도와 비교해 유독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게 나타난 점도 주목해볼만 하다.

2020년 상반기 시·도별 여성의 고용률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울산 여성 고용률은 46.9%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어 대구 51.9%, 경기 53.1% 순이었으며, 제주가 6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울산 여성의 경우 40~49세 사이의 경제활동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50대의 경제활동 참여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30대 고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청년층의 경력단절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를 해결할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취업지원에 수십억 투자, 효과는 저조

울산지역 청년 유출은 ‘대학 진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역 내 대학이 부족해 청년들이 20세를 기점으로 울산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동안 울산은 대학 진학이 이뤄지는 15~24세 인구는 순유출, 취업하는 25~35세는 순유입하는 현상을 보여왔다. 그런데 2015년 이후 25~35세 유입마저 유출로 돌아섰다. 조선업 등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되면서 청년이 돌아올 일자리도 사라진 것이다.

학업을 마친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환경부터 조성돼야 한다. 특히 제조업 생산공장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청년들을 붙잡기는 어렵다.

지난해 울산시가 청년층 취업지원 15개 사업에 국비 포함 55억47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사업으로 미취업청년 176명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울산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에 3억원을 지원했고, 산학일체형도제학교지원 사업에 7억600만원, 일자리창출기업 청년 일자리지원 사업에 8억1400만원 등을 각각 지급했다.

이밖에 울산청년 잡(JOB) 잇기 공공일자리 프로젝트(10억원), 울산청년 희망 공제사업(9000만원), 울산청년 버팀목 프로젝트(1억원), 고용위기지역 청년 행복지원사업(5억3000만원)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매년 수십억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앞서 통계수치에서 나타나듯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정책 대부분이 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고, 단순히 청년과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함께 삶의 질적 만족도까지 충족시키는 생활·문화적 어메니티를 높이는 전략이 반드시 함께 도모되어야 한다.

◇임차료·대출이자 등 주거비용 지원

울산에서는 청년취업지원과 함께 청년 창업자를 위한 사업도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청년 창업자에게 사업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톡톡팩토리’(제조공간), ‘톡톡스트리트’(판매공간), ‘공유주방’ 등이 대표적이며, 울산 중구에서는 4차 산업과 관련한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디딤터’를, 남구는 대학로 앞에 취업 활동을 돕는 ‘청년 일자리 카페’를 운영 중이다.

올해도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들이 개소를 앞두고 있다.

울주군은 지역의 빈 공장을 임대해 청년창업공장으로 제공하는 ‘꿈꾸는 청년 대장간’ 사업을 올해 신규사업으로 추진한다. 지역에 비어있는 공장을 임대해 청년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울주군은 올해 당초 예산으로 공간조성비 5억원과 운영비 2억원 등 총 7억원을 확보했다. 울주군은 울산경제진흥원에 운영을 공공 위탁할 방침이며, 오는 7~8월께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북구는 폐쇄된 달천농공단지 오폐수처리시설 공간을 활용해 청년 창업공간을 마련하고, 4월께 문을 연다. 제조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창업자들을 위한 시설로 일자리 창출 및 청년 창업 지원 효과가 기대된다.

울산청년들이 ‘연고지’를 떠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울산시는 주거지에 대한 새로운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혼부부 주거비용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약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행복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에게 임차료 및 관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청년주택 임차 보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울산지역 내 거주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택 대출 이자의 일부를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울주군에서 시행 중인 ‘신혼부부 주택 매입·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또한 인기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지역 청년고용률 향상을 위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취업·창업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이와 더불어 청년층이 안락한 주거 공간을 가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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