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과 울산 맑은 물 공급 방안 마련이 한해를 또 넘겼다. 지난해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이 새로운 해법으로 등장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했으나 대구·경북지역의 지역간 갈등이 여전해 아직 제대로 첫단추를 끼우지는 못했다. 대구의 맑은 물 공급방안이 결정돼야 청도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이 확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해 들어서도 울산시는 목을 빼고 기다리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환경부는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연구용역에 들어가 9월에 완료했다. 지난해 8월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등 낙동강권 5개 시·도 지사 모임에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유역 상생발전 협약’을 맺어 환경부 방안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중간보고회는 ‘낙동강 8개 보의 처리방안과 수문 개방 계획이 빠진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은 낙동강 포기’라는 주장을 담은 낙동강네트워크의 반발로 시작도 못하고 취소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구미지역 설명회도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제 공은 갈등관리포럼으로 넘어갔다. 환경부는 낙동강통합물관리 용역결과를 낙동강물관리위원회에 상정해놓고 올 상반기부터 지역주민들을 찾아가 직접 설명하는 갈등관리포럼을 운영한다. 울산으로선 환경부의 적극적인 행보에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낙동강 권역에 들지 않는 울산시가 낙동강통합물관리 방안 확정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연구용역에서 도출된 3가지 중 어떤 방안으로 결정되더라도 현재 대구에서 사용하는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t을 울산에 공급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울산 맑은 물 공급 문제가 해결되면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울산시와 환경부, 문화재청의 공통된 계획이다.

문제는 암각화 보존은 한시가 급한데 청도 운문댐 물이 울산에 공급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울산시는 음압 원리를 이용해 물을 낮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U자형 파이프인 사이펀(siphon) 설치를 통해 물을 빼내 수위를 낮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경부는 사연댐 구조물의 안정성을 이유로, 문화재청은 암각화 바위 벽면의 안정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울산시도 불안정한 방안을 굳이 강행할 이유는 없다. 공연히 카이네틱댐 설치 때처럼 예산을 낭비하거나, 또다른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사이펀 설치를 서두르기 보다는 일단 환경부의 사연댐 여수로 수문설치 용역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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