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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책으로 이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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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19  21: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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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쉽게 정리하지 못해 오래 묵힌 책 속에는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별한 냄새가 느껴지던 책방의 기억, 작가가 이어놓은 세상에 푹 빠져 있던 시간, 동여매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속표지에 촘촘히 써 내려간 생각들.

묵힌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 오래된 시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책장을 여는 순간 과거의 시간에 빠졌다 나오는 멈춤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는 사라졌지만, 오래 묵힌 책 속에서 오늘의 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2021년 몇 권의 책으로 1월을 시작했다. <징비록(懲毖錄)>, <페스트(La pate)>, <녹나무 파수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다 보니, 책 속 과거의 일들이 현재로 이어지고 책장을 넘기는 눈과 손을 바쁘게 하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징계하여 경계한다는 뜻의 징비(懲毖),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류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뒷날을 경계하고자 하는 뜻에서 1592년(선조 25)에서 1598년까지의 7년간의 일을 직접 기록한 것이다. 임진왜란 속에서 조선을 진두지휘한 류성룡은 전쟁을 어떻게 겪었는지 이 책에 담고 있다.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과 같은 전쟁이 아닐지라도, 위기가 닥치기 전에 어떻게 위기를 경계해야 하는지, 눈앞에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La Peste)>는 과거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재의 시간과 치밀하게 이어져 있다. 카뮈가 7년이라는 시간을 구상해 발표한 작품이다.

74년 전 알제리 오랑시, 사라진 병이라 여겼던 페스트가 갑자기 도시를 덮쳐버린다. 죽은 쥐들로 들끓던 도시가 페스트로 죽어가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된다.

통제된 도시에서 10개월 동안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으로 궁지에 몰려 막다른 처지가 된다. 하지만 현실의 운명과 공동으로 맞서고 이겨내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힘들고 무서운 재앙 앞에서 어떤 모습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잠시 과거의 시간에 멈추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에는 가족 간의 염원을 이어주는 1500년 수령의 녹나무가 등장한다.

녹나무는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고스란히 간직했다가 사후에 가족이 와서 그 소원과 기억을 수렴할 수 있게 하는 신비로운 나무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는 공간인 셈이다. 삶에서 가장 큰 위기인 죽음으로 인해 전달될 수 없었던 가족의 염원이 시간을 넘어서 전달된다는 점이 큰 감동을 준다.

다시 묵힐 책 속에 세 권의 책을 함께 꽂아본다. 그리고 미래에 묵힌 책 속에서 마주할 짧은 줄글도 써 본다.

-책은 과거의 기억과 염원을 전해주는 녹나무이다. 시간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책으로 이어지는 시간, 우리는 책 속에서 시간과 대화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똑같은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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