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지 2년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이 팬데믹에 의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우리는 적응하느라 생활방식도 바꾸었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어 나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오페라 공연이다. 다른 음악회, 예를 들어 혼자서 하는 독창회나 독주회는 비대면 연주로 할 수 있다. 객석이 비어 있거나 거리 두기로 소수의 관객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필자도 지난 달 비대면 연주를 한 경험이 있다. 평소에도 지휘자는 무대에 있는 단원만 바라보며 객석을 뒤로 하고 연주를 하기 때문에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객석이 텅 비어 있는 상태에서 무대로 입장을 하고, 연주가 끝나도 환호하는 관객이 없는 빈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몰라 멋적게 어정쩡 서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페라는 제작 과정상 먼저 출연자들이 자기 맡은 역할을 익히고 그 다음엔 모여서 연습을 해야 한다. 각자의 역할과 자기의 성악적 기량을 발휘하며 다른 성악가와 호흡을 맞추고 앙상블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심호흡을 하고 비말 분출이 가장 많다는 노래를 해야 하는 긴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거리두기를 해서는 할 수 없는 연습과정이다.

여기에다 극의 내용에 따라 안무자가 이끄는 무용이나 발레가 출연하고 대규모 합창단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무대 진행상 극적인 표현을 하는 곳곳에 연기자도 출연한다. 조명과 무대 세트가 완성되면 오케스트라도 합류해서 이제부터 종합연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면 아무리 객석을 비우고 비대면으로 한다 해도 연습과정과 무대 제작과정에서 밀착접촉을 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오페라 무대가 완전 중단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어려운 시기에 출연자를 최소화하고 연습과정도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막극 오페라를 소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해 화제가 된 오페라단이 있다. 바로 울산문수오페라단(단장 양은서)의 <아말과 크리스마스>(지휘 황성진)다. 메마른 오페라계에 단비가 되어 당분간 소극장 오페라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오페라 <아말과 크리스마스> 메노티 작곡.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