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약 복귀·마스크 의무화·인종 평등 보장 등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선언, 하루 빨리 정상화 길 도모
CNN “전임자 유산해체 어떤 대통령보다 신속·공격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온갖 갈등을 일으키며 밀어붙인 정책들을 하나하나 되돌리면서 바이든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발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연방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인종차별 완화 목표 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 일부 이슬람국가 국민의 입국금지 철회,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비상사태 효력 중단 등 조치도 내렸다.

그는 이날 이런 내용을 포함한 15건의 행정조치와 2건의 기관 조처 등 모두 17건의 서류에 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정오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5시간 만에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사안을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정책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물론 그에 앞서 통합을 기치로 내건 취임사를 통해 역대 최악의 분열을 유산으로 남긴 트럼프 시대와의 결별을 알렸다. 또 동맹 회복과 다자주의 복귀 천명으로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된 트럼프의 고립주의 기조의 종말도 선언했다. 취임사로 진로 전환을 공식화했다면 행정명령은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은 대통령으로서 집무실에서 한 첫 업무였다. 국제사회를 주도할 미국 역량을 약화함은 물론 국내 분열을 부채질한 트럼프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없애 정상화의 길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복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인종 평등 보장 등 3건의 행정명령을 언론 앞에서 공개 서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이 특히 강조하고 싶은 사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파기한 파리기후협약의 취임 첫날 복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기후특사를 신설,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중량감 있는 존 케리를 그 자리에 앉힌 것만 봐도 그가 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은 기후협약을 실존적 위기 속에서 도덕적으로 긴요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방안으로도 본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이다. 바이든은 숱한 이슈 속에서도 전염병 대유행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경제회복 등 모든 정책의 근간에는 대유행 극복을 통한 국가 정상화가 바탕이어야 한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대유행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코로나19를 보건 이슈가 아닌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결과 대유행 1년 만에 미국은 확진자 2400만 명, 사망자 40만 명을 넘긴 ‘코로나 소굴’이란 오명을 썼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사의 어떤 대통령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전임자의 유산을 해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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