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군수 주요 공약인

온산 삼평들 스마트팜 조성

타당성조사 내달초 마무리

공단내 폐열이 주에너지원

기업들과 공급논의는 전무

폐열 단가문제 거론도 빠져

울산 울주군이 온산공단 기업체에서 생산하는 폐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삼는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업의 의사는 사실상 타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게 될 초대형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바뀐 행보를 보여, 자칫 사업에 지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군에 따르면, 군은 온산읍 삼평들 일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해 중간 보고회를 마쳤고, 내달 초 최종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삼평들 스마트팜 조성 사업은 이선호 군수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37만㎡ 규모의 부지에 유리 온실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을 포함하는 생산시설, 연구운영시설, 관광체험시설 및 상업시설, 가공·유통시설, 주택단지 등을 조성한다. 당초 330만㎡에서 165만㎡ 규모로 축소했다가 다시 37만여㎡로 조정했지만 추산 사업비가 무려 3000억원대에 달하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군은 두 가지 이유로 삼평들을 사업 대상지로 선택했다.

첫 번째는 인근 회야강으로 밀려오는 바닷물 때문에 상습적으로 염분 피해를 입는 삼평들 일원에 미래형 디지털 농업단지를 구축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근 온산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스마트팜의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에너지 비용을 낮춰 단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의도다. 특히 폐열은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에너지로, 친환경 스마트팜 가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폐열 확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군이 아직까지도 폐열 공급 기업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온산공단 입주기업 중 폐열을 생산·공급하는 기업은 고려아연과 LS니꼬동제련, 범우 등이 있다. 군이 폐열 생산기업으로 파악하고 있는 S-OIL과 한국제지 등은 당초 자체 생산한 폐열을 공정에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고려아연 등이 공급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다. 폐열 공급 기업의 숫자가 한정된 만큼 확보 여부가 우선돼야 하지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공급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자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단가 문제도 당연히 거론되지 않았다.

고려아연 등은 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거나 보일러를 가동해 폐열을 생산한 뒤, 필요한 기업에 판매한다. 용어상 폐열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버리는 열이 아니라 판매용으로 생산 공정을 거치기도 하는 만큼 제조 비용이 투입된다. 이는 곧 기업이 폐열을 무작정 퍼줄 수 없다는 의미로, 공급 단가에 따라 폐열 공급이 어렵거나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군이 폐열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비싼 비용을 들여 구입할 경우 삼평들을 입지로 선정한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3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사안을 검증하지 않아 앞뒤가 바뀐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삼평들 스마트팜 단지 타당성 용역은 SPC 설립 등 미래 발전 관련 내용을 담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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