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지난해 나의 화두는 변화였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강제적 변화를 요구했다. 변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배우는 것이었다. 일단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파워포인트로 영상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밴드 라이브 수업에서 영상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기초적이지만 영상 제작법을 배웠다. ZOOM으로 회의를 열고 화면을 공유, 소그룹 만들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이 처음에는 수업 기술이나 방법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 방식을 넘어선 기술 이전의 문제 혹은 철학의 문제로 여겨졌다. 온라인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교과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어떻게 온라인이라는 형식 안에서 최적화할 지를 고민했다.

한문 문장을 가르칠 경우 문장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해야하기에 온라인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성화고의 특성상 학생들이 직무적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상공회의소 한자 자격 검정 시험에 포커스를 두고 상업 계열 한자어 익히기를 중심으로 수업했다.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검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반복 학습하게 수업으로 구성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한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교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게됐다.

모든 교과가 다 소중하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문이라는 과목은 일본어와 비교했을 때 당장 현실에서 써먹을 수 없는 뭔가 불편한 과목이다. 심지어 그들이 살아갈 미래인 4차 산업혁명,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딥러닝과 너무나 무관한 과목이다. 그렇다면 한문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이런 고민의 와중에 지난 21일과 22일 울산과학관에서 ZOOM으로 진행한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교사 연수는 나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멋진 연수였다. 단 이틀만에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됐다. 또한 데이터를 수업에서 다루려는 나같은 도전가 정신을 가진 교사에게 더 공부할 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해줬다. 연수에서 추천해 준 과학기술 분야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MOOC)에서 UNIST의 데이터 과학 강좌를 듣고 데이터 과학을 토대로 실현된 인공지능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데이터는 그저 자료가 아니다.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 값이 데이터이다. 우리가 검색한 모든 것이 우리의 데이터가 되어 오늘도 내가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내가 보고 싶어할 것 같은 영화를 추천한다. 미래의 인문학은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의 시대이다. 여기서 길을 잃지 않고 방대한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은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읽어내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능력을 키워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오랜 시간 축척해 온 기호로서 ‘한자’라는 5만개의 데이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데이터 분석은 미래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의 도구로도 사용된다. 남은 겨울 방학동안 한자와 한문 텍스트와 관련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올해 수업을 설계해 볼 마음에 벌써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한문이 무슨 상관이지? 아무튼, 오늘의 결론! 좋은 연수 하나가 이만큼 교사를 변화시킨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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