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효영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민간병원 중심 의료 바꾸지 못하면 또 다른 살인 벌어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살인’이라는 단어가 섬뜩하게 다가와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기사에서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쪽방 주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의료공백으로 이들의 피해가 심각하며, 병상이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입원 대기를 하다가 사망한 코로나환자들의 사례를 열거하고 있었다.

비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공의료의 부족에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이고 병상은 9.6%로 이는 OECD 평균의 1/10 수준이며, 이마저도 지역별로 편중 되어 있어 공공병원이 전무한 지역이 많다. 참고로 울산과 세종은 공공병상 비율이 0%이다. 국민의 의료를 민간의료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렇게 공공의료 자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의 80%를 감당하며 코로나19 k방역 성공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건강보험 제도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 부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스(SARS) 때도 그랬고 메르스(MERS) 사태에서도 그랬다. 공공의료 확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있었으나 확산되지 못했고 반대의견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공공의료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공공의료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이 확충되면 의료의 접근성이 강화되어 지역 간·계층 간 건강격차를 좁히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건강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건강보험 지출 감소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공공의료가 취약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공병원을 설립하여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보장하여 국민 안전을 제고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응 역량이 강화되어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일도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덤이다.

공공의료 확충에 반대하는 의견도 분명히 존재한다.‘무슨 돈으로 공공병원을 설립할 것인가, 의료의 질과 병원 운영 적자문제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내용이다. 고속도로 8km를 건설하는 비용이면 400~500병상의  공공병원 하나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못 짓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 설정에 관한 문제이다. 시설과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좋은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여야 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인 선순환 운영구조를 마련하면 적자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이 되었고 죽음의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 또 다른 감염병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쟁이 없다고 군대를 없앨 것인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침략이나 외적의 침략이나 다를 바가 없다. 공공의료 확충은 단순한 ‘복지 확대’라는 개념을 넘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중요한 책무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아홉 개를 신설하고 11개를 증설해 5,000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세부 일정이나 예산 계획, 제도를 법으로 구체화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조속히 마련하여 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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