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점화

▲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검찰 기소와 관련해 27일 송철호 울산시장이 울산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기소한지 약 1년 만에 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다. 검찰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선거 개입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하기로 잠정 결정(본보 1월26일자 3면 보도)한 가운데, 송 시장은 공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신의 무죄를 강조했다. 공판준비기일 반복으로 재판이 공전에 빠진 상황에서 검찰이 추가 기소를 결정함에 따라 수사 및 재판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檢 수사 급물살·김기현측 공세에 적극 대응 나서
“李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내용 재검토 요청했을뿐
 공업탑기획위 존재 몰라…하명수사, 소설에 불과”

◇기소 약 1년 만에 작심 발언

송 시장은 27일 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 이전에 법조인으로서 법정에서 말해야지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온당하지 않아 재판에 대해 말을 아꼈다”고 운을 뗀 뒤 “이 실장이 추가 기소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와 관련돼 기소되는 것처럼 보여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고 간담회 배경을 설명했다.

송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19년 12월30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공개한 뒤 요청이 있을 경우 각종 건의문과 선거 공보 등 참고자료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이 실장에 대해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시점 조절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기소 방침을 세우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그동안 보여왔던 소극적 대응 방침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실장이 기소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송 시장은 기소 방침 이후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거론되는 만큼 이를 진화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송 시장, 檢 공소 내용 전면 반박

송 시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송 시장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를 움직여 하명수사를 진행, 경쟁자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표적 수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송 시장이 청와대와 공모해 김 시장의 선거 공약인 울산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 발표 시점을 선거 직전으로 조절한 뒤 이를 선거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송 시장은 “공업탑기획위원회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다. 송 전 부시장의 수첩 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알게 됐다”며 “참모진이 몇 번 모임 가진건데, (송 전 부시장이)이름을 붙인 뒤 이렇게 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공업탑기획위 출신 인사들이 진행했다는 하명수사는 검찰이 짜여진 틀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소설’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산재모병원 발표 시점을 조절해 지방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 역시 부인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날짜에 이 실장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예타 탈락 발표 시점을 지방선거 직전으로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아니라, 예타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세밀한 조사 진행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당시 강길부 의원 및 정무영 UNIST 총장 등으로부터 산재모병원 예타 탈락이 확실시되며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울산의 발전을 위해 산재모병원이 꼭 필요한 만큼 예타 통과에 힘을 보태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 의원 보좌관의 주선으로 이 실장 등을 서울에서 만났다”고 설명했다.

비용 대비 편익값이 낮아 예타 탈락을 앞두고 있는데, UNIST의 R&D 기능을 산재모병원과 접목해 새로운 의료산업 창출과 의료 비용 절감 효과 등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예타에 반영하면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재검토를 요청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공전 중 재판 속도 내나?

검찰은 지난달 송 시장을 울산지검으로 불러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지난해 급하게 기소해 보강 수사 차원에서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조사와 같은 내용을 질의했다”고 밝혔다.

기소 이후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걷던 검찰 수사가 재개되고, 추가 기소 방침까지 결정되면서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청장을 ‘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하며 끌어안기에 나선 만큼, 검찰을 지휘하는 윤 총장의 입지가 강화된 것도 가속도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공전 중인 재판 역시 속도를 낼지도 관심이다. 현재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만 반복 중인데, 검찰이 공범에 대한 보강수사를 이유로 변호인 측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아 본격적인 공판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건이 공수처로 이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럴 경우 방대한 수사 자료 검토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사 장기화로 재판 공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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