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울산 동구의회 의원

조난이나 재난상황에 처했을 때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바로 물과 불이다.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체내의 1~2%만 잃어도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고, 5% 정도 잃으면 반 혼수상태에 빠진다. 사람이 정상적인 생리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1리터 정도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밥은 먹지 않아도 일주일 이상을 버틸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3일을 견디기가 어렵다. 재난으로 탄광 등에 갇힌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오줌을 받아먹는 것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행위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다. 추위에 노출된 채 아무런 대책 없이 떨고만 있다면 얼어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유명 TV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을 보더라도 출연자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불을 붙일 때 사용하는 ‘파이어스틸’이다. 불은 체온 유지뿐 아니라 음식을 조리할 수 있고, 불을 피운 연기는 구조 신호로 활용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덮친 지도 1년이 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했다. 그래도 개인의 삶은 조금은 불편해졌지만 나아가고 있고, 사회도 그 기능을 잃지 않은 채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 우리의 삶과 사회를 유지시킨 물과 불같은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필수노동자’다. 필수노동자는 재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환경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뿐 아니라 요양과 육아 등 돌봄 복지, 청소와 약국과 같은 위생 관련 노동자와 배송과 물류, 운송, 건설, 공공안전 관리 등 다양한 영역의 노동자들이 일상과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필수노동자들 대부분은 최저 수준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간호사의 장시간 노동과 태움 문화, 요양보호서비스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장시간 운전을 달고 사는 버스와 지하철노동자,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청소노동자 등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왔지만 개선 노력은 부족했다.

이는 마치 평소 우리가 물과 불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실내에서는 수도꼭지를 돌리면 언제나 물을 먹을 수 있고, 실외에서도 몇백원만 있으면 마트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불도 마찬가지로 가스레인지 버튼을 누르거나 작은 라이터 하나만 있으면 된다. 문명의 발달로 인한 일상의 편리함이 이 소중한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 것이다.

다행인 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회의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14일 필수노동자 보호·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과 지원금 규모,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담긴 사실상 첫 번째 필수노동자 대책이다. 또 정부는 필수노동자 보호추진체계를 제도화하기 위해 필수 업무의 개념, 정부·자치단체의 역할, 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규정한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동구의회도 필수노동자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난 1월19일 필수노동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감사합니다. 필수노동자’ 캠페인을 실시했고,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이 담긴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수’인지에 대한 물음이 시작됐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필수노동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고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김태규 울산 동구의회 의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