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사회부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전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여전히 택배 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는 전국에 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노조가입자는 5500여명 수준이다. 약 11%에 불과하기 때문에 택배업계는 택배노조가 총파업을 해도 배송 업무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에는 약 1000여명의 택배노동자가 있고 이중 360여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어 가입율은 30% 정도이다. 전국 평균 택배 노조 가입자 수 보다 약 3배 정도 많기 때문에 택배파업이 일어나면 택배 업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택배 파업을 앞두고 곳곳에서 택배 업무 마비로 불편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체국과 택배업체에는 물건 배송을 놓고 걱정어린 문의 전화가 하루종일 이어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설을 앞두고 택배 노조의 파업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난 1년 각종 배달 문화가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다르게 말하면 한마디로 배달 업종은 성수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성수기의 이면에는 택배노동자가 있다. 업계는 신종코로나 이후 택배 물량은 전에 비해 30~4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증가분만큼 택배노동자의 배달 업무도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사망한 택배노동자는 전국에서 16명에 달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지난해 9월 택배노동자 7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33명(80.4%)이 자신도 과로사를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매일 일을 나갈 때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일을 한다는 건 어떤 심경일까?

지난 27일 퇴근을 하다가 자주 만나던 택배기사 A씨와 마주쳤다. 저녁 7시30분, 여전히 그의 끌차 위에는 택배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29일날 택배 배송 업무를 보냐고 묻자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불편해도 조금만 양해해달라는 A씨의 말에 괜찮다고, 응원한다고 대답했다. 택배가 늦어지는 불편함은 잠깐이다. 설령 그게 길어지더라도 사람은 결국 그 불편함에 익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불편함을 해결하자고 택배노동자의 죽음에 익숙해져선 안 되지 않을까? 김현주 사회부 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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