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홍콩에 본사를 둔 로봇 회사인 핸슨 로보틱스에서 휴머노이드 ‘소피아’를 비롯해 4종을 2021년 대량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피아는 60가지가 넘는 다양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며, 인간과 실시간으로 음성 대화도 할 수 있고, 피부는 플러버라는 소재로 되어 있어 인간의 그것과 흡사하다. 자칫 인간과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어 머리에 가발을 일부러 씌우지 않는다고 할 정도이다.

회사 측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간관계가 협소해져 외롭거나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휴머노이드가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피아를 포함해서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휴머노이드들은 다양한 주제로 인간과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으며, 감정교환도 가능하다. 이들은 지치지 않으며, 친구를 배반하지 않으며, 이기적이지도 않다. 코로나19를 포함해 질병에 걸릴 염려도 없으며, 늙지도 않고 한결같은 매력으로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 물론 정기적으로 충전도 해줘야 하고,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해줘야 하고, 피부도 손질해줘야겠지만, 우리가 밥 먹고 자기개발을 하고 미용실에 가는 것에 비하면 그리 유별날 것도 없다.

소피아들이 온다면, 외로운 누군가에게 로봇 파트너가 생길 것이다. 애완동물에게 위안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인간과 거의 흡사한 소피아에게 마음을 열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로봇과의 새로운 교제로 나와 멀어진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느끼거나, 로봇에게 질투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이에게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학과 영어 문제만 잘 풀어서는 우등생이 되기 힘든 사회가 현실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수학과 영어를 로봇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고, 많은 부분 로봇 혹은 인공지능이 그런 문제를 맡게 될 것이니까.

결국 ‘인간성’ ‘인품’이 진정으로 중요한 사회가 올 것이다. ‘로봇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자신의 인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사회. 주위 사람이 더 나아진다면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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