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사이에 불거진 ‘김치논쟁’
식문화도 무형문화재로 여기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우선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9조)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유형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이, 무형문화재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각 규율한다. 유형의 문화재 중에서 고려청자나 직지심경처럼 동산인 경우보다 울주 반구대암각화, 창덕궁, 숭례문 등의 부동산의 경우에는 관리가 더 어렵다. 잘 알다시피 숭례문이 불탄 적도 있고, 울주 반구대암각화는 댐의 물이 부식시키고 있어 안타깝다. 무형의 문화재는 말 그대로 무형이다 보니 그 실태를 파악하고 가치를 매기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음악, 춤, 마당놀이, 씨름, 차전놀이, 줄다리기 등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무형의 문화재가 있다. 이 중 의식주와 관련하여 한복짓는법, 한옥건축술, 발효음식(막걸리, 된장, 고추장, 김치)제조법 등도 무형문화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은 의식주에 관한 무형문화재 중 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본인이 기무치와 김치가 동일하다고 우기더니, 최근 난데없이 중국대사가 유엔에서 김치담그기 시범을 보인 이후 원조논쟁으로 시끄럽다. 지구촌 사람들도 김치, 된장, 막걸리가 한국인의 고유문화라는 점을 알 터인데 말이다. 김치는 재료, 형태, 첨가한 젓갈, 지방마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또 김치찌개, 김치국, 김치전, 김치볶음밥, 김치라면 등 그 즐기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고추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소금에 절인 야채를 ‘지’라고 해서 먹었다고 한다. 일설은 고추가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 들어왔다고 하지만 유사이전부터 한반도의 토양에 맞는 고추가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된장, 고추장, 막걸리와 더불어 한국인의 발효음식인 김치는 한국인의 전통 식문화임을 부정할 수 없다.

주변국의 인사들이 우리의 고유문화인 김치에 대한 엉뚱한 주장을 하니 맘이 편하지는 않다. 아마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하니 시기를 받는 것 같다. 더하여 한국 김치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상업적인 목적도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의 불편한 발언에 대해 발끈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김치의 가치를 잘 몰랐거나 알고서도 방치하였는지 살필 일이다. 김치담그는 법을 무형문화재로 여기는 사람이 몇 되겠는가. 그리고 지구촌 사람들에게 김치를 제대로 알린 적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서양에 가서 중식, 일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은 있지만 과연 변변한 한식당은 몇이나 되겠는가.

영국의 ‘에일’ 살리기 운동이 있었다. 독일식 맥주에 밀려 영국의 맥주가 위축되자 펍(PUP)을 중심으로 운동이 일어났다. 독일에는 순수령이라는 것이 있었다. 바이에른 공작이 1487년경에 맥주에 물, 맥아, 호프, 효모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독일의 맥주는 하면발효방식(라거)이고, 영국의 맥주는 상면발효방식(에일)이다.(라거는 냉장하고 에일은 상온에서 보관한다.) 라거맥주가 에일맥주의 명맥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갔다. 에일 살리기 운동의 결과 한국에서도 에일맥주를 즐길 수 있다. 사라질 뻔한 에일의 풍미를 지구촌 사람들이 계속 즐기게 되어 다행이다. 우리가 시사받을 점이 있다.

문화주권의 차원에서 한국인의 고유문화를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식문화도 무형문화재라 여기고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고맙게도 외국에서 짜빠구리와 김치가 유행인 모양이다. 지구촌이 우리의 문화를 즐긴다는 자체로 기쁜 일이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김치나 된장, 막걸리를 잘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집집마다 특유의 김치를 담고 가양주를 빚어 왔다. 중국의 파오차이나 일본의 기무치 제조가 김치와 동일할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 할 일만 잘하면 된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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