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원전지원 의혹’ 수면위로
국민·국제사회 동의없이 강행 안될일
대통령 개입여부·내용 상세히 밝혀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대통령은 정치를 대국적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의 모든 면을 포괄하는 가장 ‘커다란 판’을 일정기간 동안 책임지고 운영하는 최고의 직책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책임지고, 5천만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며, 많은 수의 인사들을 중요한 보직에 임명하고, 국가 미래발전의 방향을 설정하는 막중한 자리가 대통령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타나는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가지 모습은 ‘대국적 정치’와는 거리가 너무도 멀어 보인다. 특히 법무부장관을 동원해 그동안 벌였던 여러 가지 일들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월성원전 조기폐쇄 관련 수사과정에서 엄청난 비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사과정에서 그 동안 산자부 공무원들에 의하여 삭제되었던 파일들이 복구되었는데, 이 중에 ‘대북원전지원’에 관한 문건들이 그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모두 그 내용이 너무 어마어마한 것들이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지 그 실체가 지금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아, 그래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USB칩’의 경우 소위 ‘도보다리에서의 대화’ 시에 건네졌다는 말이 있었지만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건네졌다는 당국자의 언급이 있었던 만큼, 김정은에게 건낸 칩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경제협력에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의 것들이며, 발전소는 있는데 원자력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DMZ 원전’, ‘신포 원전’, ‘신한울 원전’ 등등의 구체적 내용도 시중에 나돌고 있다. 모 의원이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고려해 온 것이라고 했지만, 산자부에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긴급성명까지 냈다.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이 이를 ‘이적행위’라고 지적하자, 청와대와 여권이 발끈하기까지 했다. 결국 여권이 이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운명에 직결되는 긴급한 사안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고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강경하게 대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세가지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된다. 첫째,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아닌지를 밝혀야 해결된다. 둘째, 무언가 USB칩으로 김정은에게 전달되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이를 ‘알 권리’가 있다. 셋째, 한국에서는 ‘탈원전정책’으로 창원공단이 거의 폐허화했음에도,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 전체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대국적 정치’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그렇게 중요한 남북경협이라면 대통령은 야당과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했었어야 했다. 더욱이 그 당시는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발사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제법을 어기면서 되지도 않을 일을 억지로 추진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정치는 ‘꼭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해서,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서, 가용한 자원을 동원하여 사안을 처리할 때. ‘대국적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 ‘통치권’이라는 명분으로 몰래 숨어서 ‘해서는 안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꼭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과 마구 섞어버리면, 결국 ‘패거리 정치’로 갈 수 밖에 없다. 검찰인사나 공수처수사로 사안의 실체를 덮으려 한다면 이는 ‘비극적 정치’로 끝나게 될 것이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자.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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