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식 울산남부소방서장

지난해 10월 초 한글날 황금연휴를 앞둔 10월8일 오후 11시14분께 울산에서 발생했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는 온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악몽일 것이다. 이 건축물은 지하 2층, 지상 33층 높이의 고층 건축물이다. 33층 건물 전체를 뒤덮은 대형 화재였음에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은 소방관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 도와가며 침착하게 대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층 또는 복합건축물 화재의 사망자 대부분은 비상구를 찾지 못하여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앞서가는 사람을 무작정 따라가게 되는‘추종본능’과 들어온 문으로 탈출하려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 비상구가 있음에도 주 출입구 쪽으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례(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1조의 2(피난계획의 수립 및 시행) 3항에는‘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관계인은 피난시설의 위치, 피난경로 또는 대피요령이 포함된 피난유도 안내 정보를 근무자 또는 거주자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동법의 시행규칙 제14조의 5에는 피난안내도를 층마다 보기 쉬운 위치에 게시하는 방법을 통해 거주자나 이용자에게 안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통해 피난안내도 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피난안내도에는 피난동선, 피난평면도, 현재 위치가 명확하고 간략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먼저 ‘피난동선’은 화재 시 비상구 또는 피난계단 등으로의 피난경로를 화살표 등으로 표현한다. ‘피난평면도’는 피난동선과 해당 층의 평면도를 간략화 해 소방시설 및 피난동선을 표시한다. ‘현재 위치’는 피난안내도가 설치된 위치를 나타낸다.

또한, 피난안내도의 재질은 아크릴, 강판 등 쉽게 훼손 또는 변형되지 않는 것이어야 하며, 전체 바탕색은 노랑색 또는 흰색으로 하고 상단의 띠는 적색으로 한다. 크기는 A3(420X297㎜) 이상으로 하되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바닥면적이 400㎡ 미만인 경우 B4(364X257㎜) 이상의 크기로 할 수 있다. 피난안내도 비치 위치는 각 층마다 비치하고,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영업장 주 출입구와 구획된 실마다 비치하여야 한다.

남부소방서에서는 기존 피난안내도가 설치된 고층건축물, 공동주택 등에 개선된 ‘알기쉬운 피난안내도’ 설치를 독려하는 서한문을 보내고 ‘피난안내도 확인은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시민들에게 다양한 매체(전화통화 연결음, 피난안내도 웹툰)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신규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 발급 및 작동·종합정밀점검 시 지속적인 현장확인을 통해 피난안내도 설치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처음 가보는 지인의 아파트나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상가를 이용해 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곳에서 불이 난다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생각하여 본적이 있는가. 피난안내도는 항상 우리에게 신속하고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피난안내도를 지금부터라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조강식 울산남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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