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열풍 속 상대적 박탈감 커져
능력 벗어나 남 따라가다간 낭패
굳건히 중심 잡힌 삶이 행복 열쇠

▲ 이상엽 울산대 철학과 교수

요즘 유튜브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 무용담을 늘어놓는 동영상들이 많다. 주식 투자로 ‘1000만원으로 20억을 만들었다’거나, 부동산 투자로 ‘20억의 대박을 쳤다’는 사람들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귀에 솔깃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시대에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손해니 자산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죽어라’ 열심히 일만 하거나 저축만 하는 것으로는 결코 부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근로소득 외에 자산소득에 관심을 갖고 재테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테크를 잘 해야 이른바 ‘파이프라인’, 즉 노동하지 않아도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정상적인’ 재테크를 통해 부를 늘려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너도 나도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현상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주식과 부동산이 장기적으로 상승할지 몰라도 단기적으로 하락 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평생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아도, 아파트를 무리해서 구입하지 않아도 별다른 좌절감이나 자괴감 없이 살 수 있었다. 소수의 부동산 투기꾼들이 항상 있어왔지만,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절약해 저축하면, 집도 살 수 있었고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킬 수 있었고 그렇게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2030세대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은 몇 년째 계속 폭등하고 있고, 비싸더라도 지금 부동산을 사지 않으면 내 집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더해져 ‘영끌’로 집을 사는 ‘패닉바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돈을 벌지 못하고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 있다.

주변의 성공에 나만 소외될까봐 불안해하는 이러한 현상을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고 한다. ‘제외되거나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현재의 투자 과열 현상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을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는 이러한 포모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일(ergon)을 잘 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외과 의사가 의사로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가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을 때가 아니라 수술을 잘 해서 환자를 살렸을 때일 것이다. 도자기를 빚는 사람도 도자기를 잘 빚어냈을 때 진정으로 기쁘지 않겠는가. 자기 일의 ‘성취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야말로 상대적 박탈감과 고립공포감을 이겨내는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말할 것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양 극단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해 ‘적절한 중간(the golden mean)’을 찾는 삶의 태도 말이다. 매순간 들려오는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을 침착하게 성찰하는 동시에 내 능력과 한계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만약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내 능력 안에서 적절하게 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남들을 따라하거나 내 능력을 벗어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현재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라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얻은 사람들은, 물론 그 사람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말하겠지만, 대체로 운(luck)이 좋은 사람들이다. 행복은 운과 같은 우연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우연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내가 운이 없다고 해도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삶을 길게 보면, 나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좋은 품성(品性)이 행복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남의 운과 성공에 초조해하지 않는 품성을 갖기 위해서는 내 삶의 길을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고귀한 중용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상엽 울산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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