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차장

흔히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주요 요소로 ‘바람’ ‘인물’ ‘구도’를 꼽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선 바람의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평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일명 ‘문풍’(문재인 바람)을 등에 업은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뒀다. 보수 색채가 짙은 울산에서조차 울산시장을 비롯해 5개 구·군 단체장 모두 민주당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시·구·군의회 역시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제1당 지위를 얻었다.

지난해 4월 제21대 울산 총선은 기존 정치인, 다시 말해 공직선거를 통해 이미 검증된 ‘인물’이 힘을 발휘한 선거로 평가할 수 있다. 6개 선거구별 당선인을 보면 대부분 전·현직 국회의원이거나 기초단체장 출신 후보로 채워졌다. 인지도가 있는 ‘인물’의 힘이었다. 물론 검경 출신으로 공직사회에서 검증을 받은 정치신인이 등판한 울주군(김영문·서범수)에선 ‘참신한 인물’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오는 4월7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는 ‘구도’가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여당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치기 위해 범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아무래도 중도층을 포함한 범야권 지지층의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보니 어쩌면 야권 단일화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수도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 역시 각 후보자들의 정책 대결보다는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금태섭 후보간 단일화 여부에 쏠려 있다.

같은 날 남구청장 재선거가 치러지는 울산에서도 ‘구도’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과 달리 여당과 진보진영 후보간 단일화 여부다. 민주당의 경우 남구청장 재선거 후보자 경선 대상이 된 3명 중 2명이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 공천자와 진보후보간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울산 동구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진보당(옛 민중당) 후보간 3자 구도에서 결집 효과를 누린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지지층 분산으로 낙선하는 아픔을 경험하다보니 단일화가 무엇보다 아쉬운 상황이다. 반면 진보진영 후보인 진보당 김진석 전 남구의원은 재선거를 야기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소속 정당인 진보당은 진보정치가 꽃을 피웠던 옛 민주노동당 시절 때처럼 당을 장으켜세워야 하다보니 선거에서의 단순한 ‘승리’만을 위해 단일화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그가 참여하고 있는 ‘남구청장 재선거 시민공동행동’이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시민공동행동 내 최대 세력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보지 않다보니 단일화가 단순히 가능성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가 진보당과의 단일화를 승인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선거에서 3자 구도일 땐 약 40%의 득표율을 당선 안정권으로 볼 수 있지만 양자 구도가 되면 51%대 49%의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3자 구도에선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한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양자대결에선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선거 막바지까지 민주·진보당간 후보 단일화 여부는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왕수 정치부 차장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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