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식 울산시 화학소재산업과장

게놈은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의 총체로 쉽게 설명하자면 생물학적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2003년 최초 인간 게놈 해독시 13년에 걸쳐 3조원의 비용이 소요됐던 것과 달리, 차세대 게놈 해독기 개발에 따라 현재는 400달러를 지불하면 이틀만에 게놈 해독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같이 게놈 해독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의 급격한 감소는 의료현장과 헬스케어산업에서 게놈정보 활용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고, 더욱이 AI·빅데이터·머신러닝 활용 등 4차산업혁명 기술 적용으로 유전체산업이 헬스케어산업에 혁명적인 생태계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특히 게놈과 다중오믹스(RNA, 후성유전체, 단백질체, 생활습관정보 등의 다양한 바이오정보) 정보 분석이 핵심이 되고 있는 개인 맞춤 의학인 정밀의료 분야에서는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역량이 결집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형 게놈사업을 추진중이고,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DB를 구축중이다.

울산은 지역제조산업, 정밀화학산업 등 소재기반 바탕에서 정보분석을 이용한 고도화된 의약품, 장비, 시료 등을 개발하는 새로운 게놈 중심의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중으로 영국 10만명 게놈프로젝트와 미국 샌디에고시의 성공사례에서 울산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한다.

2012년 영국 데이비드 카메론 수상이 암 환자 및 유전성 희귀 질환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환자들의 전장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 10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8년에 10만명 해독을 완성했다. 현재는 2023년까지 100만명, 궁극적으로 500만명을 목표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이 ‘유전체 헬스케어의 본거지’가 돼 글로벌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이 10만명 게놈프로젝트에 착수한 이래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비약적 기술 발달과 함께 산업 집적화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에는 수 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10만명의 전장게놈 기반 바이오빅데이터를 중심으로 AI, 플랫폼, 보안, 분석서비스, 진단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일어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글로벌 제약기업을 유치하는 등 산업 집적화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에 울산은 국내 최초 착수한 만명게놈 사업과 게놈정보의 산업적 활용을 위한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기반해 대규모 게놈정보를 국산화된 엔진으로 분석하고, 균·미세먼지 모니터링, 분자육종, 정밀의료, 식품·검역 검사 등 산업전방위로 활용되는 게놈 해독기를 개발하는 등 선진국 수준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 다양한 바이오의료 산업이 성장하는 장기적 추진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바이오산단을 조성하고 AI, 치료제 개발 등의 일괄생산 라인을 장착하게 되면 최고의 집적률을 가진 화학·IT·바이오 융합의 첨단산단 구축이 가능해 영국 캠브리지 사례처럼 많은 바이오·AI기업 및 제약회사 유치와 추가적인 진단기기, 시약, 치료제 개발 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의 사례로 미국 샌디에고시는 제약산업뿐만 아니라 벤처자본 등 벤처생태계 없이 형성되고 급속하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보유한 울산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교수, 학생들의 활발한 창업이 일어나고 있고, 그중 3분의 1이 바이오기업이라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들 창업기업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우수 과학기술인력 지역 대학 유치, 지역대학을 통한 인력 양성과 네트워킹, 기술이전, 인큐베이팅을 담당할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울산과학기술원과 협업으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연구기능이 보강된다면 울산도 게놈중심의 글로벌 바이오 도시로의 도약을 한 번 시도해 볼만 하다 할 것이다. 양정식 울산시 화학소재산업과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