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사는 프랜 골드먼
코로나 취약한 고령자로서
손주들 다시 안고싶어 강행
美 본토 73% 눈 뒤덮인 상태
2억명에 겨울폭풍 경보 발령

추위와 폭설을 이기는 ‘고난의 행군’으로 백신을 접종한 90세 노인의 사연이 주목을 받는다.

주인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할머니 프랜 골드먼(사진).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골드먼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종아리까지 눈이 쌓인 왕복 6마일(약 9.7㎞) 길을 걸어 시애틀아동병원에서 백신 접종에 성공했다.

그 과정은 개인적으로 ‘대작전’이었다. 골드먼은 예행 연습을 통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지부터 확인했다. 그는 예약일 하루 전 휴대전화기를 길잡이로 삼아 불편한 허리를 지탱할 지팡이를 짚고 목적지를 행해 떠났다.

▲ 프랜 골드먼(사진)

골드먼은 목적지까지 3분의 2 정도 도달하자 성공할 수 있겠다고 자신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불행하게도 ‘D-데이’에 눈폭풍 악재가 닥쳤다.

골드먼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주사를 쉽게 놓을 수 있도록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그 위에 양털 상의, 다운점퍼, 레인코트를 입고 양털 바지, 스노부츠, 두 손에 쥘 지팡이 2개로 무장을 마쳤다.

14일 오전 8시에 출발한 골드먼은 길이 얼어붙은 데다가 눈까지 쌓여 예약 시간에 6분 늦었으나 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사실 골드먼에게는 백신 접종보다 예약이 더 큰 전쟁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워싱턴주 보건부와 의료원들에 전화를 돌리고 밤에는 인터넷을 살피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골드먼은 지난 13일에야 인터넷을 통해 시애틀아동병원에서 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멀리 대륙을 가로질러 뉴욕주 버펄로에 사는 딸 루스 골드먼은 모친의 백신접종을 하나의 승리로 여겼다.

루스는 “어머니는 문제가 아닌 해결책을 찾는 분”이라며 “작은 역경이 훼방을 놓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골드먼이 전화통, 인터넷과 밤낮으로 씨름하고 추위 속에 눈길 강행군을 벌인 배경에는 뚜렷한 목표도 있었다.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자로서 손주들을 껴안을 수 없게 된 ‘중대문제’를 반드시 해결한다는 게 강력한 동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먼은 “손주들을 다시 안고 싶어 참을 수 없다”며 “그냥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한편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본토 48개주(州) 전체 면적 가운데 73%가 눈에 쌓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린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은 지역은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주에 불과했다. 기상청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민 2억명에게 겨울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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