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가면 우샹츠(伍相祠)라는 사당이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오자서(伍子胥)를 모신 곳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오자서전(伍子胥傳)’에서 오자서를 ‘소의(小義)를 버리고 큰 치욕을 갚아 명성이 후세에 전해졌으며, 모든 고초를 참고 견디며 공명을 이룬 강인한 대장부’라고 평가하였다.

그 오자서가 초나라에서 달아나다가 국경에서 수비병에게 붙잡힌 적이 있다.

그때 오자서는 가지고 있던 구슬을 버리고, “왕이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것은 나에게 아름다운 구슬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인데, 지금 나는 이미 그것을 잃어버렸다. 나를 붙잡으면 장차 그대가 구슬을 뺏어 삼켰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수비병은 오자서를 풀어주었다.

<주서>에 보면, ‘장차 그것을 취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잠시 그에게 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조조는 동탁에게서 대장군의 지위를 받자 주저 없이 그 자리를 원소에게 양보했다, 뒷날에 조조는 관도대전을 통하여 원소를 병합하고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왕륭은 궁예에게 자신의 본거지인 송악을 바쳤다. 대신 아들 왕건을 부탁했다. 뒷날에 왕건은 궁예를 제거하고 고려를 건국했다. 비옥한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늪지대에 불과한 에도로 옮겼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란 후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세력을 무너뜨리고 에도막부를 세웠다. 작은 것을 버려야만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예화이다. 버리는 게 클수록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진정 얻고자 한다면 내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 것은 내주지 않으면서 얻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욕심이란 더 큰 욕심을 부르기에 탈이 된다.

세상에는 눈앞의 이익이나 손해를 생각해서 오히려 크게 잃는 경우가 많다. 한두 개쯤 내주어도 손해가 크지 않다면 내주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 덕분에 자신을 지키고, 조직을 보호하며,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현명함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나에게 있고 나의 일상의 변화에 있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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