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인한 과잉 유동성으로
자산시장 거품 우려 커지는 상황
빚 내 주식투자 등 위험 피해야

▲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2020년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생명과 생계를 위협한, 다시 만나고 싶지 않고 기억하기도 싫은 한 해일 것이다. 코로나19는 무고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엄청난 실업자를 양산했으며 소상공인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내몰았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는 유례없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은 실물경제의 처참한 현실과는 반대로 유례없는 초강세를 보였다.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대부분의 자산가격은 금년 들어서도 식을 줄 모르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500만원대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사상최고가를 기록하며 6000만원대로 올라섰고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나스닥지수는 6600대에서 1만4000대로, 우리나라 코스피는 1400대에서 3200대로 급등하며 신고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석유, 구리, 농산물 등 각종 원자재가격 마저 급등세를 보이자 원자재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접근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자산시장의 과열현상에 대해 버블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식시장의 경우 버블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번 주식장세가 언택트 비대면 비즈니스 혁신기업, AI, 전기차, 자율주행차, 바이오헬스, 친환경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예상수익 측면에서 과거 닷컴 버블 때와는 달리 주가가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가 글로벌 산업구조의 혁신을 앞당기고 변화의 촉매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 주가수준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버블 수준에 와 있음을 버핏지수 등 많은 지표들이 암시하고 있고, 모든 자산가격이 일시에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번 자산가격 상승이 과거사례와 크게 다를 수 있을까?

지난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막대한 통화 공급과 각국 정부의 유례없는 재정확대 조치로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 중대한 축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백신 공급으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멀지 않아 과잉 유동성이 회수되어야 할 때 자산가격은 버블 수준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가 과거 금융위기들을 분석하여 쓴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책이 떠오른다. 금융위기가 올 때까지 투자자들은 “이번엔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과거 위기로부터의 교훈을 잊고 주식시장에 달려들어 무리하게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닷컴 버블때도 그랬고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주택시장 과열(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그랬다.

주가는 기업실적, 즉 기초경제여건과 괴리되어 계속해서 오를 수는 없다는 것이 단순한 진리이다. 기업실적과 괴리가 크면 언젠가는 주식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어 과도하게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위기가 여타 금융시장으로 파급되어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들의 자본과 유동성 상황이 전례 없이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규제가 약한 비은행 금융기관들(shadow banking)을 연결고리로 해서 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자본이동이 은행대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신흥국 글로벌기업들이 해외에서 부채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자본이동의 패턴이 바뀌었고, 투기등급 회사채 등 고수익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부실화되면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파산할 수 있고 그 충격의 여파는 은행권에도 전달되어 전체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바와 같이 빚을 내어 과도하게 주식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에 자기자본으로 장기 투자하거나 아니면 안전자산 등 여타 자산에 분산 투자를 통해 전체적인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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