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시설관리공단 지시 오류로

농소운동장 ‘펜스밖’ 10m 벌목

주민 민원에도 2개월째 모르쇠

취재진 다녀가자 일부 정비 나서

▲ 울산 북구 농소종합운동장 A축구장의 펜스 바깥쪽 대나무숲 일부분이 잘려진 채 방치돼 있다.
울산 북구시설관리공단이 농소운동장 일대의 멀쩡한 대나무숲을 잘못 베어내고도 2달여간 방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북구 농소종합운동장 A축구장의 펜스 바깥쪽으로 100m 가량 조성된 대나무숲은 끝지점 10m 구간의 대나무가 몽땅 잘려져 있었다. 벌목한 대나무는 주변에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으며, 폐스티로폼과 나무패널, 각종 생활쓰레기까지 투기돼 있었다.

농소운동장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 겸 운동시설로 많은 시민이 찾는 장소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은 개선되지 않은 채 최근 두달여간 방치돼 있었다.

사건은 북구시설관리공단이 조경업체에 작업지시를 잘못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초 공단은 운동장 내 조경수의 생육을 방해하는 펜스 안쪽 일부 대나무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소통 오류로 조경업체가 대상 대나무가 아닌 운동장 펜스 바깥쪽의 멀쩡한 대나무숲 구간을 벌목했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 1월 초 대나무 벌목을 시작했으나 중간에 비가 와서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작업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경업체가 엉뚱한 곳의 대나무를 잘라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경업체에는 잘못 벌목한 지점에 대나무를 다시 심는 등 원상복구할 것을 요청했는데, 아직 관련 일정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멀쩡한 대나무를 베어낸 이후 공단의 대처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며 대나무숲을 벌목한 이유에 대해 묻자, 공단은 잘못 벌목한 사실을 얼버무리고 최근까지 정비작업을 미뤄 왔다.

인근 주민 박모씨는 “농소운동장 대나무숲은 주민들의 산책로 주변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고, 방풍 역할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라낼 때부터 이해가 안됐다. 공단에 물어보니 이사장의 지시로 작업을 실시하는 것이라고만 했다”며 “특히 대나무는 울산의 시목인데 시설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베어냈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단은 이날 취재진이 다녀간 이후 문제로 지적된 구간에 대해 쓰레기 수거 등 일부 정비작업을 실시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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