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이 가질수 있는 공감각
IT·AI 도움 받아 더 일깨우면
명상 교육 영적 진화 이끌 것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모 방송국에서 신년 특집으로 여섯 개의 주제로 방송된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을 보게 됐다. 5회로 끝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특히 오디오 몽타쥬 대결은 인도에서 공부했을 때 스승의 일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오디오 몽타쥬는 목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몽타쥬를 그리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이다. 이를테면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의 몽타쥬를 누가 더 정확하게 그리는지를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결하는 것이다. AI와 진검승부를 겨룰 인간을 국내에서 찾지 못해 결국 해외에서 섭외를 하게 되는데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목소리만 듣고 몽타쥬를 정확하게 몇 초 만에 그리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인간보다 AI와 AI개발자였다.

그 이유는 아주 소수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각을 IT의 도움을 받아 보다 미세한 차원의 잠재 능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공감각은 별개의 감각이 결합되는 상태로서 전 인구의 5% 정도 이러한 능력을 가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러시아 출신의 예술가 와실리 칸딘스키는 색깔을 볼 때 동시에 음악을 듣는다고 알려져 있다. 캔버스 위에 음악을 볼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소리를 보는 오디오 몽타쥬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공감각 소유자들은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요가에 의하면 인간의 몸은 다섯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가장 거친 차원에서는 음식으로 이루어진 육체로서, 해부 생리학적으로 알 수 있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몸이다. 두 번째, 육체보다 미세하지만 육체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 몸이 있다. 이 에너지 몸을 통해 신체와 마음은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고대 요가 수행자는 쉽게 파악하였다. 요가에서는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마음도 하나의 물질인 몸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 몸은 마음의 몸이다. 네 번째 몸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인 지성 또는 지혜로 이루어진 몸이다. 다섯 번째는 지성의 몸 너머 잠재되어 있는 희열의 몸이라고 인도의 권위적인 경전인 따이띠리야 우파니샤드에서는 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다섯 층의 몸 중 육체와 마음의 몸을 인식하지만 몸 안의 에너지와 지성, 나아가 희열의 몸은 각성되지 않은 채로 있다.

AI와 인간의 대결을 보면서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잠재된 다섯 층의 몸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AI와 인간이 경쟁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 그러하다. 그러려면 AI 개발자의 철학적인 사유가 필요하다.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가 누구보다도 달라야 한다. 단순히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몸 너머의 영혼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능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AI가 가질 수 없는, 인간이라서 존재하는 영혼에 대해 또는 영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로움과 깊이가 있어야 한다.

AI와 인간의 대결을 예능처럼 보면서 인도의 스승이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직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요가와 IT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요가강사가 유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요가적인 사유 즉 요가의 인문학적인 관점이었던 것이다. 21세기는 과학에 또는 현대 기술에 인문학적 사고의 융합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미리 아셨던 것이다. 과학적 기술의 발달을 통해 실재와 가상현실의 경계가 옅어지고, 기계와 생명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과학과 나란히 균형을 잡아줄 것은 인문학적 사유이다. 인문학적 사유는 의식을 확장시키는 명상이 함께 할 때 빛을 발한다. 요가의 다섯 층의 몸은 서로 연결되어 모든 수련법이 도움이 되지만 각 층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련법은 따로 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몸을 일깨우는 직접적인 것은 명상 수련이다. 명상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필요한 영성 교육이라 여긴다. AI와 인간의 대결을 보면서 앞으로 50년 뒤 인류의 진화는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면 인류는 문화적 진화를 거쳐 이제 영적 진화를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기에 있다. 그 과정에서 과학의 발달과 함께 나란히 가야 할 명상 교육이 영적 진화를 이끌 것이라 본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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