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척, 있는 척 시늉으론 미흡
‘멋짐력’으로 사용자 감동 끌어낸
엘런 머스크의 가치 변화에 주목

▲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소자본 개인 투자자를 일컫는 동학개미에 덧붙여 서학개미라는 재미난 단어가 있다.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소자본 개인을 뜻하는데, 요즘 서학개미들의 핫템이 테슬라다. 기관 아닌 개인이라 해외 기업 테슬라에 대한 고급 정보가 부족하니 거의 ‘묻지마’급 투자다. 단차의 불량이 발생한 품질과 자율주행 구설수, 별것 없는 전기차 기술력에 곧 다른 완성차업체들에게 따라 잡힌다는 테슬라. 그러나 사실은 GM, 포드를 포함한 미국 상장 자동차 기업을 전부 합쳐도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더 높다. 왜 연산 몇십만대 규모 신생 전기차 기업이 총합 몇천만대 백년기업들보다 가치가 높을까. 엘런 머스크의 ‘멋짐력’ 때문이다.

그는 애시당초 기존 기업처럼 세계 몇위, 최대, 점유율 몇 퍼센트 같은 정량 목표가 아니라, 전기차 보급을 앞당겨 지구를 구하겠다고 외쳤다. 괴짜다. 태양광 패널과 충전시스템 개발은 덤 정도이고, 수백 킬로미터 도시와 도시를 십몇 분에 주파하는 하이퍼루프도 만드는 중이다. 도로 교통난 해결책으로 땅속 터널을 거미줄망으로 짜려고 한다. 인류미래를 위해 화성 이주를 구상하고 스페이스X를 설립해 로켓을 쏘아대며 재사용 실험도 하고 위성발사도 한다. 꿈같은 소리를 해대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죄다 실물인증이다. 그는 모두가 열광하는 블록버스터 히어로 ‘아이언맨’의 모델이기도 하다. 세상 어떤 기업 대표가 SF영화의 롤모델이 되나. 로켓귀환 실험이 실패하고 실적과 성능 이슈가 터지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나서서 대변하고 지지하는 희한한 기업이다. 팬덤의 규모는 소위 ‘테슬람’이라는 수억명 광신도를 거느린 종교급이다. 테슬라 한국법인 대표로 테슬라 동호회 회장을 앉혔단다. 맙소사.

우리가 간과한 지점이 여기다. 가치의 변화다. 품질에 문제 많은 작은 전기차 기업이 과대평가 받는 것이라지만, 엘런 머스크라는 실제판 아이언맨, 발사대로 되돌아오는 ‘신박한’ 로켓, NASA와 여러 나라의 우주사업 수주, 수백개의 자체 위성으로 지구 전체 자율주행 데이터통신을 커버하는 스타링크까지 포함해보자. 세상자동차 기업 어떤 누가 로켓을 쏴대고 위성 수백개로 데이터를 컨트롤하고, 광신도 수억을 거느린 교주가 아닌가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지금의 테슬라는 과소평가 수준이다.

가치의 변화다. 정량적 결과물에서 정성적 가능성으로, 성과에서 ‘멋짐력’으로 변했다. 현대차, 폭스바겐, 지엠이 테슬라보다 수십, 수백배 품질 좋은 차를 만든다. 오랜 자동차 만듦새 노하우에 더 좋은 센서, 더 오래 가는 배터리를 넣지만, 많은 부분 여전히 테슬라에 못 미친다. 삼성, 엘지도 세계 최초, 최대 타이틀 메이커지만, 애플이나 다이슨처럼 UX(사용자 경험) 감동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 혁명이라던 커브드화면과 3D 안경들은 조용히 사라졌고 매년 해상도 숫자 갱신뿐이다. UX 컨텐츠와 디자인이 아닌 기술 중심 개발의 한계다. 친환경·사회공헌이 대세라 세상 기업들이 착한 척은 다 한다. 그러나 종이 빨대와 에코백의 역설은 세기의 코미디일뿐 진정성은 ‘1도’ 없다. 친환경, 선행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에는 ‘착한 척 기업’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멋도 없고 트렌드에 시늉만 하는 까닭은 가치 변화의 핵심을 모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틈의 단차가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보다 자율주행 데이터 다루기가 더 어렵다. 휘고 접히는 모바일폰보다 사용자 감동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더 오래 간다. 당장 몇대 팔고 얼마 이익을 냈느냐 보다 미래를 보여주고 꿈을 파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대중과 친숙한 깨어 있는 CEO랍시고, 캐주얼 차림의 웃는 얼굴로 SNS에 남들 다 하는 착한 척 공언을 하기보다, 사기꾼이라고 비난을 받을지언정 밤샌 부스스한 얼굴로 내뱉는 꿈같은 미래비전이 진짜 ‘멋짐력’이다. 엔초페라리가, 스티브잡스가, 쿠팡이, BTS가 만든 것은 그럴듯한 이미지 포장이 아니라 수퍼팬덤이 열광하는 꿈이다. 하는 척, 있는 척이 유행할수록 세상은 점점 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 가치의 변화를 직시할 일이다.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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