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익 울산광역시 감염병관리과장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유행상황이다. 나른함마저 느낄 새도 없는 비상근무는 벚꽃이 두 번이나 피어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전쟁같은 비상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지금부터 딱 100년 전인 1921년에 결핵백신 BCG가 개발되었다. 결핵은 감염경로도 코로나19와 비슷하게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비말핵이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감염이 되는 공통점이 있다. BCG를 흔히 불 주사라고 불렀는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고 궁핍했던 시절 주삿바늘 하나로 여러 명을 접종하다보니 재활용을 위한 바늘 멸균 때문에 주삿바늘을 알코올램프 불에 달군 후 주사해 생긴 별칭이다.

누구나 어릴적 범보다 무서웠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막연히 코로나 백신접종을 불 주사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가 도입했거나 도입할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5종이고 이들 백신은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 먼저 접종되고 있는 백신으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기저질환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거나 밝혀지지 않고 있는 정도이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좋은 백신, 고급백신, 선호백신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백신은 좋고 나쁜 것이 없다. 백신은 의약품이고 그냥 백신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각 백신별 플랫폼, 개발국가, 접종횟수, 접종간격, 보관조건, 포장단위, 희석필요 유무, 예방효과, 가격 등이 다르고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상반응이 우려되기는 하나 괜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이나 이미 접종을 마친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주 일부이기는 하나 고열과 두통, 근육통 등의 일반적인 이상반응은 있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는 면역반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상 반응이라고 하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상상을 해봤다. 누구였는지는 몰라도 세계 최초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마치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마치 처음 개발된 방탄조끼 실험을 위해 방탄조끼를 입고 사선 10m 전방에서 과녁이 되어 직접 권총을 맞아보는 그런 기분? 방아쇠는 조심스레 당겨졌고 폭음과 함께 탄환은 찰나에 정확히 접종자의 가슴에 명중되었고 화약연기만 피어오를 뿐 약간의 충격파 느낌에 안도와 성공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전투력은 적을 무찌를 기세로 충만할 것 같은 기분으로 확 전환되는 묘한 기분.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코로나 방탄조끼인 백신접종과 치료제가 투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 인류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결핵균도 BCG 백신에 의해 출거됐듯 코로나19도 같은 운명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백신접종을 통해 하루빨리 일상의 소소함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여태익 울산광역시 감염병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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