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영 전 울산광역시의원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운문댐 물 7만t 공급이라는 울산시의 정책에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울산시장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7월까지 협의와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은 없다.

최근 언론에서는 여전히 구미나 대구 일부 시민단체들의 운문댐 물 공급 반대라는 10년 전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풀릴 듯 보이던 물 문제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라는 연결고리가 쉽게 끊어질 것 같지 않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울산이나 국가의 정책들은 찬란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했다. 이제 남은 것이 2009년 당시 건설교통부의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 제시된 운문댐 물 공급이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또한 과거 10년 동안 그랬듯이 희망고문과 공허한 정책구호로 끝날 듯하다.

정말 운문댐 물만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최선의 정책인가? 울산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인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가장 큰 문제는 상수도 정책이고 수자원 정책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의 상수공급 정책을 외부의 수자원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상수도 정책의 핵심은 시민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맑은 물 확보는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시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만 공급된다면 굳이 운문댐 물이 최선이라는 말을 할 이유가 없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운문댐의 대안을 울산 내부에서 찾아 부족한 7만t만 확보하거나 최고의 수처리 시설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만 공급한다면 반구대 암각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필자는 울산 내부의 7만t 확보를 회야하수처리장 방류수 7만2000t에서 해결하는 방안과 회야정수장의 초고도처리 시설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회야하수처리장 방류수는 회야댐 하류에 방류하여 고도처리된 아까운 7만2000t의 물이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방류수 7만2000t을 회야댐 상류 회야강으로 도수하여 하천 건천화 방지 및 자정작용 유도 그리고 총 저수용량 2153만t의 회야댐과의 희석작용을 통해 활용한다면 낙동강원수보다 더 좋은 수질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심미적인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수기에서 활용되는 막여과 공정 같은 초고도처리시설을 회야정수장에 도입한다면 상수정책의 핵심인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이 완성될 수 있다.

현재 운문댐 물 공급에 요구되는 예산이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억원이면 하수처리장 방류수 도수관로 설치와 회야정수장의 초고도처리시설 설치에 충분한 재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이용해 음용수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해외 선진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오렌지카운티의 파운틴밸리시(Fountain Valley)이다. 이 도시는 1976년부터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상류 산타애나강(Santa Ana River)에 도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2003년부터 뉴워터(NEWater) 시스템을 도입하여 초고도처리된 하수처리수를 저수지에 저장하고 지표수와 빗물 등으로 혼합하여 상수원수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의 상수처리시스템은 아무리 오염된 물이라도 음용수로 활용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8세기 미국의 저명한 인물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라고 했다. 과거의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거나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10년을 넘게 끌어온 운문댐 중심의 암각화 보존 정책이 답보상태라고 한다면 더 이상 미련이나 집착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대안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고민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동영 전 울산광역시의원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