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흐린 제주도 배경으로
조직서 버림받은 인물들 다뤄

▲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드루와, 드루와!”(황정민)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박성웅)

영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이 신작 ‘낙원의 밤’으로 돌아온다. 치명적인 극 전개와 소름 돋는 대사로 한국 느와르의 변곡을 이뤘던 전작의 흥행과 호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2012)가 범죄조직 내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낙원의 밤’은 조직에 버림받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번 영화는 어둡고 흐린 제주도를 배경으로 삶의 끝자락에 선 인물들을 내세운다.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어 처연하다. 복수든 성공이든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존의 누아르 주인공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엄태구)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던 조카와 누나를 잃는다. 상대 조직인 북성파에 복수를 한 뒤 러시아로 밀항하기 전 제주도에 잠시 몸을 숨기게 된다.

태구가 은신한 제주도에는 무기상을 하는 삼촌과 함께 사는 재연(전여빈)이 있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재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초연하다.

태구를 쫓아 온 북성파 2인자 마 이사(차승원)는 재밌지만 무서운 인물이다. 의리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현실적이고, 잔혹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푸른 색감을 덧입고 있다. 이 푸른빛에는 예정된 죽음이 주는 차가움도 담겨있다. ‘낙원의 밤’이란 제목처럼 행복한 여행지로만 여겨지던 제주도의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감독 데뷔 전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각본으로 충무로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한 박 감독은 장기를 잘 살려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얽히고설켜 있는 인물들의 관계는 영화의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한다. 9일 넷플릭스 공개예정. 홍영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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