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용 울산 남구청 복구지원주무관

지난 3월20일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에 800여년 만에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인근 지역이 용암으로 뒤덮였고, 화산재 때문에 항공운항도 마비됐다. 일본에서는 같은 날 태평양에 면한 미야기현에서 진도 7이 넘는 강한 지진이 한 달 만에 또 발생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진도 7 이상의 강진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해 대규모 산불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호주 동남부에서는 삽시간에 9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100년 만에 최악의 대홍수가 일어났다.

펄펄 끓는 시뻘건 용암이 땅을 뒤덮고, 짙은 잿빛 화산재가 하늘을 가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세상의 종말이 멀지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지진이 지나간 폐허와 참혹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모습에 진저리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홍수가 덮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과 도시를 보면서 새삼 자연재난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다.

자연재난을 신의 징벌이라고 믿던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이성의 발달로 차츰 그 원인을 알게 되고, 제한적으로나마 시기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됐지만 대규모의 재난과 그것이 초래하는 피해는 아직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재앙이다.

국제연합(UN)은 자연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더 많은 피해가 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기후변화와 도시화 현상, 자연환경 훼손이 재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우리나라, 특히 울산과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지진과 태풍, 홍수, 산불, 가뭄 등은 항상 발생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흔한’ 재난이다. 어차피 재난 발생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예측하고 사전 대비를 하는 것이 인간의 몫이다. 대규모의 자연재난에 대비하는 일은 언제나 미리 시작하고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33만 구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울산 남구는 울산시 및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서 여름철 재난 대비를 올해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여름에 내습할 태풍과 그로 인한 홍수·침수 등에 대응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안전건설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여름철 자연재난사전대비 전담TF팀을 이미 구성했다.

전담팀은 앞으로 재난상황 대응계획을 세우고, 현장조치 행동매뉴얼도 미리 정비할 계획이다. 재해 취약지역을 일제히 조사해서 상황에 맞는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일도 한다. 또, 재난 예·경보 시스템을 한 번 더 손보고, 배수펌프장과 우수 저류시설 등 재해예방 시설에 대한 일제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율방재단의 활동 계획도 다시 살펴서 정비하기로 했다.

공무원 뿐 아니라 시민들도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 강도는 중심부 최대 풍속에 따라 약한태풍(초속 17~25m), 중형태풍(25~33m), 강한태풍(33~44m), 매우 강한태풍(44m 이상)의 네 단계로 구분된다. 태풍이 오면 어떻게 피할까. 기상청 예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태풍주의보가 발령되면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출입문과 창문을 굳게 잠가야 한다. 이어서 태풍경보 때는 낮은 지대나 침수 위험지역의 주민은 즉시 대피해야 한다.

재난경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재난경계경보, 재난위험경보, 재난경보해제 3단계로 진행되는 재난경보를 알아두면 더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재난경계경보는 홍수, 지진, 태풍 등 중대한 재난이 예상될 때 내리는 경보다. 재난위험경보는 자연재해나 대형재난 같은 긴박한 상황으로 주민 대피 등이 필요한 경우 내려진다. 재난경보해제는 재난경계경보 또는 재난위험경보를 발령한 후 재난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내보낸다. 잘 알아둘수록 그만큼 재해로부터 안전해진다.

자연재해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이를 인력으로 막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은 올바른 재난 대비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언제나 구민과 함께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남구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석용 울산 남구청 복구지원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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