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7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3년도 국가별 부패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4.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표 대상국 133개국 중 50위이고, OECD가입국내 순위로 환산하면 30개국 중 그리스와 함께 24위에 해당되면서 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부패척결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사정 등 엄벌이라는 처방을 내놓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용두사미격이 되어 버리는 주된 이유는 정권의 핵심이 부패의 핵심에 있는 현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으로, 현 정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로 인해 재수없는(?) 공무원들만 본보기로 처벌을 받아 국민들로부터 부패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혀 돌팔매를 맞았으며, 대다수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어 놓았던 것 같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는 공직사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된 구조적, 고질적 질병으로 진단되고 있다. 특히 권력형 부정부패는 국가 발전에 가장 큰 장애로 국력을 쇠퇴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불가능하게 한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일할 의욕의 상실을 가져와 깨끗하고 건강한 공직생활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삶을 추구하려는 대다수 공무원을 모멸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실시한 2002년도 공공기관의 청렴도 조사결과 울산은 하위 30%에 속했다. 이의 극복을 위해 전 공무원이 노심초사 노력해 왔으나 또다시 뇌물수수 혐의로 5명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공무원노조 시지부에서 대시민사과 성명서를 발표했고 1천500여 직원이 청렴서약서를 작성, 자정결의대회도 가졌다.

 대시민사과 성명에서 밝혔듯이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직사회 개혁을 위하여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자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참으며 조직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나가는데 노력하여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무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이다. 시 감사부서에서도 몇가지 비리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며 재발방지대책을 지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감사 기능만으로 모두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무리일 것이다. 사후적인 적발과 처벌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부패 유발 환경의 개선 및 원인을 예방하는 요법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조에서 전국의 공무원 및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 공직사회 부정부패 개선방안으로 공무원들의 생각은 공직자 윤리의식 함양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국민들은 행정의 투명성 확보와 부패관련법 및 처벌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비리 척결을 위하여는 공직자 자신이 부정부패를 하지 않고 행정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면서, 비리 연루때는 공직세계에서 떠난다는 각오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보아진다. 재발방지대책도 이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올해 1월 시행된 부패방지법에 의한 공익제보제도를 활성화해야 하고,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사회·문화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례로 볼 때 일반 국민이나 기업 등이 자신의 불법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공직자들을 끌어 들여 뇌물을 주거나 제안하여 공무원들로 하여금 부패에 가담토록 유인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부패행위의 공범으로 받아들여 공무원 범죄에 대한 처벌에 상응하는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패 척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와 방법들을 시행해 왔지만 부패는 없어지지 않고 지능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는가?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전례를 볼 때 부패문제 해결의 만병통치약은 없다. 공직자, 기업, 학교, 가정 등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로 부패친화적 문화를 극복하는 노력을 지속 전개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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