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형 청소년 수련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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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 중 울산만 없어
과학기술 테마로 특화해
市 지난해부터 건립 추진
정부 “국립 더는 안 지어”
건축비·운영비 부담 탓에
市, 정부 설득 전략 고심

울산시가 북구 강동관광단지에 건립하려는 ‘국립청소년미래산업체험센터’(지난해 11월4일자 1면)가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전환에 ‘시립’ 규모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국립’이라는 단어가 빠지면 센터의 전국적 위상과 인지도 하락은 물론, 건축비 절반과 연간 운영비 전액을 울산시가 분담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기업의 실적악화 등 지방세수 감소로 심각한 ‘재정 절벽’에 빠진 지방정부에 과중한 짐을 지우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8곳이 국립으로 운영되거나 건립되는 가운데, 울산 차례에서 이같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울산 홀대론이 또다시 지역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다.

 

20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숙박형 청소년 수련시설이 없는 유일한 도시다. 시는 울산 청소년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타지역의 단체 청소년 이용객 유치로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해 국립청소년미래산업체험센터를 건립하기로 정책 방향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센터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울산시는 정부 설득전에 나섰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정옥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센터 조성의 당위성을 적극 피력하고 국가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여가부와 기획재정부는 ‘국립청소년미래산업체험센터 건립 용역비’ 1억원을 국회 증액 대상 사업으로 채택했고, 국회 심사를 통과했다.

‘국립’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오는 5월 착수 예정인 연구용역 추진 방향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여가부와 기재부가 돌변, 더 이상 ‘국립’으로 청소년 수련시설을 건립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신 지역 특화형으로 ‘시립’ 형태의 지방 시설로 조성하겠다는 게 중앙정부의 바뀐 입장이다. 청소년 인구도 감소하고 있고, 5곳(천안, 평창, 고흥, 김제, 영덕)의 국립청소년수련시설이 운영 중이며, 3곳(부산, 대구, 경북 봉화)이 추가로 조성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울산시는 난색이다. ‘국립’은 부지를 시가 제공하면 건축비와 연간 운영비 전액이 국비로 충당된다. 반면 ‘시립’은 건축비 절반(약 178억원)과 운영비 전액을 울산시가 분담해야 한다.

지난해말 법 개정으로 청소년 수련시설의 수용 정원 중 40%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조적으로 여전히 적자가 날 공산이 크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연구용역에서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에 내몰릴 수도 있다. 특히 ‘국립’ 청소년 수련시설이라는 센터의 전국적 위상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국립청소년미래산업체험센터를 주축으로 울산시민안전체험 교육센터, 어린이 교통안전체험관 ‘키즈오토파크’, 국가산업시설 견학 등의 교육시설에다 뽀로로 테마파크와 롯데강동리조트 등 이 일대 관광앵커시설과 연계, 즐기면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형태’의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벨트를 구축하려는 울산시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립청소년수련시설 중 과학기술을 테마로 한 사례는 울산이 처음”이라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국립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과 공조해 여가부와 기재부를 반드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기본계획에서 수립한 입지는 강동관광단지 핵심구역으로, 동해바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청소년들의 생태체험과 심신단련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부지는 시유지 8만㎡과 사유지 2만㎡ 등 10만㎡ 규모다. 사업비 356억원(건립비 349억원, 부지보상 7억원)이 들어간다. 주요시설은 미래산업체험관으로 2021년 착공해 2026년 완공하며,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만4000㎡로 계획됐다. 정원은 400명이다.

센터의 기본 콘셉트는 과학기술(AR, VR)에 국가산업현장을 더한 ‘미래산업 체험’이다. 과학기술 콘셉트는 △미래친환경에너지도시체험(수소에너지하우스, 미래수소도시) △게놈미래과학 기술체험 △로봇·3D프린터·드론 실습체험 △미래모빌리티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콘셉트의 세부구상안으로 수소자동차·선박·열차를 AR과 VR로 체험한다. 가상으로 동물·식물·인체의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해독을 하기도 한다. 로봇카페 등 로봇을 통한 생활지원 체험과 3D프린터로 초콜릿 만들기, 레이싱 드론 조정 체험 등도 포함된다. 실외에는 무인 자율주행 관광코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가산업현장 콘셉트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주요 산업시설의 생생한 공정과정 현장 체험이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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