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청소년들의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 Z세대로 분류되는 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청소년들은 교과서 공부도 중요히 여기지만, 지역사회와 환경에 관심이 많으며 개방적 사고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무조건 아끼는 알뜰소비가 아니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소비도 아닌 공익적이고 실용적인 자기만족적 소비에 가치를 둔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가를 따지는 ‘가성비족’,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감이 큰 ‘가심비족’에 이어 최근 착한 소비 ‘미닝아웃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미닝아웃(Meaning-out)’은 의미와 신념을 뜻하고 있는 ‘미닝(Meaning)’과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사회적 신념 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소비에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표현하고 공유한다. 공정, 정의 등 윤리적 가치를 중시해 가격이 비싸도 소신에 맞는 제품을 지향한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특별한 메세지를 담은 가치를 선택하고 SNS 기능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공유하고, 사회적 관심사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마스크 혹은 팔찌나 리본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회적 신념을 표현하기도 한다. 옷이나 가방 등에 메시지가 담긴 문구나 문양을 넣는 ‘슬로건 패션(slogan fashion)’, 환경보호를 위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는 ‘노란리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는다던가 채식주의자임을 표현하는 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또 온라인 활동의 활성화와 더불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되면서 사회의 불합리함이나 불공정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관 표현을 넘어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과도한 비판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위협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건전한 미닝아웃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을 존중하며 서로 다른 의견도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많은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보고 “너희가 뭘 안다고 나서느냐”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은 호소한다. 우리의 가치를 어른이들이 함부로 단정하지 마라고. 청춘들이 인류애에 가치를 두는 선한 기업들이 더 잘 되는 세상이 되도록 적극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이라는 걸 어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청소년들도 누군가 세워놓은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보다는, 소신을 갖고 자기 스스로 세운 신념으로 현명한 미닝아웃 소비를 했으면 좋겠다. 최명숙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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