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에 처음 갔던 때가 지난 2019년 1월이었다. 1박2일 다녀와서 방어진항의 항내와 슬도 주변 환경을 둘러본 뒤 바다 밑의 해초류 서식지와 생태계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치고 밤잠을 설친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어항내 수산생물체험장은 어디든 불가능하다. 조건과 위험 그리고 항만수산청의 허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방어진항은 고깃배가 드나드는 항구 전면 남쪽에 슬도가 있어 해저에 대륙붕이 잘 발달돼 다른 어항의 인공구조물(일명 삼발이) 방파제와는 달리 다양한 고기의 산란 장소가 된다. 그래서 슬도 낚시터는 철마다 어종이 다양해서 낚시꾼들이 장사진을 친다.

슬도수산생물체험장 체험관광을 위해 갖은 노력 끝에 재작년에 시비 10억원을 받아 왔다. 그 중 7억원은 바지선 제작과 부대시설비에 투입했다. 3억원은 사업에 동참한 슬도 성끝마을 주민과 해녀들의 일자리 창출 인건비 등 운영비로 썼다. 이렇게 지난해 여름에 첫선을 보였던 슬도수산생물체험장은 인터넷 접수 두 시간 만에 2000명이 신청, 마감됐다. 바다체험 관광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바다에서 하는 사업이라 많이 망설이고 두려워했지만 차츰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면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올 여름에도 슬도수산생물체험장을 열 계획이다. 그러나 연초에 구의회가 태풍 위험과 백화 현상, 잘피 훼손 우려 등을 들어 사업비를 모두 삭감했다.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됐다. 연초 3개월간 충분한 협의 끝에 다시 추가경정예산에 상정했지만 추경예산도 모두 삭감했다. 태풍, 파도 등의 위험은 항내라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항 외에서 할 경우 족히 500억원 이상 필요한 사업이다. 그 외 이유도 사업 방해 및 중단을 하기 위한 변명이 아니길 바란다. 그것도 애써 받아온 국·시비까지 반납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최근 방어진어항은 관광어항으로 변모코자 ‘관광어항 종합계획’에 따른 도시재생사업 추진으로 그 역사와 명성을 되살리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방어진철공소의 후신인 세광중공업 부도, 현중 해양사업부의 사업 축소 등으로 방어진과 꽃바위 골목 상권은 활기를 잃었고 설상가상 조선업 불황으로 방어진 지역경제 또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공원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을 슬도·방어진항 꽃바위 바닷가까지 이끌어 올 수 있도록 바다자원을 활용한 바다체험 관광사업으로 도시 발전의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은 주민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역대 구청장 중 누구 한 사람 동구발전 비전에 ‘해양관광동구’를 외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대부분 관광객이 자고 머물면서 소비를 하는 체류형 관광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경유관광이 많다는 점이다. 숙소만 다양하게 갖춘다고 머무는 것은 아니다. 어른과 어린이들이 바다 속에서 수산생물을 체험하며 놀게 하고 거기에다 갯바위, 파도, 수평선, 갈매기, 푸른 바다 모두를 꾸러미로 포장해서 멋진 관광상품을 만들어서 선보여야 한다. 바다구경하는 값을 받는 것이다. 이게 수산생물 체험관광이다. 집에 가는 걸 잊고 놀게 해야 한다.

꽃바위 바다놀이터(체험관광) 운영으로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 집값이 떨어지고 전·월세 방이 남아돌아 빈집인 동네를 민박으로 활기를 되찾게 해야 한다. 침체된 지역경제, 상실된 일상생활, 위축된 골목 상권 등을 떨치고 도시의 역동성을 한번에 되찾아 미래 활로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위기 때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인구 2만4000명의 도시인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 예산이 도비·군비 63억원(2019)이다. 인구 16만의 도시 동구에서 추진하는 수산생물체험장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산천어 축제보다 입지조건이 좋은 이 사업에 대해 이미 확보한 시비까지 반납하게 하면서까지 구의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구청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의회의 견제라면 우려되는 모든 실패 가능성을 지적·보완하게 한 뒤 추진케 하고 구청장은 사후적으로 책임을 지고 공과(功過)를 평가받아야 되지 않을까.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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