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迦智山 加智山 伽智山 石南山 石眠山 실혜산 천화산)은 상북면 덕현리와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경북 청도군 운문면 경계에 있는 높이 1천240m의 산으로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맹주봉이며, 동부경남의 최고산이다. 산세가 빼어나고 웅장하며 각종 약초와 산나물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때 전라도의 보림사에서 가지선사라는 중이 와서 이 산에 절을 세운 후로 "가지산(迦智山 加 또는 伽)"이라 부른다는 설을 비롯해서, 석남산, 석면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가지"를 까치의 옛말 "가치"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보는 설을 살펴보면, 고려 고종 2년(1215) 각훈(覺訓)이 쓴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 원광(圓光)조에, 서기 600년 원광이 본국으로 돌아 올 때 해신(海神)이 나타나 "저기 운문산에 까치들이 쪼는 땅이 있을 것이니, 그 곳이 최고의 길지이므로 절을 지어주기를 바란다"하여 절을 세웠고, 이 때 창건한 절이 청도의 운문사이다. 운문산은 가지산과 바로 이어지는 지맥에 해당되며, 이 운문사를 옛날에는 작갑사(鵲岬寺 까치 절) 또는 갑사(岬寺)라고도 하였다.

 삼국유사 권4, 의해(義解) 보양이목(寶壤梨木)조에도 까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후삼국 시대에 작갑사 등이 모두 없어지고 폐허가 된 후의 일로서, 당나라에서 보양국사가 불법을 전수받고 돌아올 때 서해에 이르자 용왕이 그에게 아들을 딸려 보내면서, "지금 삼국이 소란하여 아직 불법에 귀의하는 군주가 없지만, 만일 내 아들과 함께 본국의 작갑(鵲岬 가지산)에 돌아가 절을 지으면 수년이 못되어 반드시 불법을 보호하는 어진 군주가 나와 삼국을 평정할 것이다" 하였다. 마침 보양이 돌아오니 한 늙은 스님이 자칭 "원광"이라 하면서 인궤(印櫃)를 전수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에 보양이 운문령에 올라가 바라보니 까치가 떼를 지어 땅을 쪼고 있으므로, 용왕이 말한 "작갑"이 바로 저 곳이구나 하고 불사(佛事)를 일으켜 작갑사를 세웠다 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가지산"이 "까치산"에서 비롯된 이름인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산 북록의 주민들은 까치산, 또는 새산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가지산'이라는 이름과 관련하여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 있다. 불교식 해석이라면 "가지산(迦智山)"은 석가(釋迦)가 머무는 산, 혹은 가섭(迦葉)의 지혜가 담긴 산을 뜻한다. 그러나 신라 때 이 지역에 있었던 거지화현의 "거지화"라는 고을이름이 "가지=거지"와 같이 어떤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상북면에서는 가지산을 산꼭대기가 자주 구름에 덮인다고 하여 "구름재"라 부르며, 또 천화산(穿火山)이라고도 하였는데 그것은 이 산이 화산의 분화구 지대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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